2013년 곡물업계의 대형 인수합병(M&A) 추진 소식이 호주를 발칵 뒤집어놓았다. 미국 농산물 중개 기업인 아처대니얼스미들랜드(ADM)가 호주 곡물 운송·저장 업체인 그레인코프를 34억 호주달러에 인수하겠다고 전격 제안했기 때문이다. 농민 단체와 야당은 “호주의 아이콘과 같은 자산을 외부에 매각해서는 안 된다”며 강력 반발했다. ADM은 철도 등 호주 현지의 인프라 지출을 늘리겠다며 농심 달래기에 나섰지만 시장의 반발을 꺾지 못했다. 결국 호주 정부는 “호주의 핵심 비즈니스를 외국 기업에 넘길 시점이 아니다”라면서 인수를 허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ADM 측은 인수 불발 이후 양국의 이익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아쉬움을 표시했다.
ADM은 미국 시카고에 본사를 둔 글로벌 식품 가공 및 거래 업체다. 1902년 설립된 ADM은 곡물과 목조 분쇄업으로 출발해 세계 200여 개국에 진출해 있다. 회사명 ADM은 공동 창업자인 조지 아처와 존 대니얼스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두 사람은 1923년 경쟁업체인 ‘미들랜드린시드’를 인수해 현재의 회사명으로 바꿨다. ADM은 세계 곡물 거래 시장점유율이 16%에 달해 미국 카길(40%)에 이어 글로벌 2위다. 이 회사는 1995년 가격 담합 행위에 가담한 사실이 내부 고발로 적발돼 당시 미국 정부로부터 사상 최고 금액인 1억 달러의 벌금을 물어야 했다. 1945년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된 ADM은 줄곧 주주 배당을 실시해 ‘배당 귀족주’로 불리고 있다. 이 회사는 바이오 디젤, 대체육류, 탄소 포집 등 환경 관련 신기술 투자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해에는 해외 화학업체들과 손잡고 자연 분해되는 플라스틱 소재를 비롯한 친환경 원료 생산에도 뛰어들었다.
ADM이 올해 1분기 순이익만 53% 급증하는 등 곡물 파동의 최대 수혜주로 떠오르고 있다. 시장의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곡물 가격이 폭등하면 판매 가격에 이를 빠르게 반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여파로 곡물 반출을 제한하는 국가가 35개국에 달하면서 세계에서 식량난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우리도 식량 안보 차원에서 ‘한국판 ADM’을 키워 안정적인 곡물 공급망을 확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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