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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저 불똥' 美국채로…日 기관,석달간 600억弗 팔아치워

환 헤지비용 1.55%P 급증에

'최대 큰손' 보유량 5% 처분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의 구로다 하루히코 총재가 지난달 18일 중의원(하원 격)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대표적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를 쓸어 담아온 일본 기관투자가들이 최근 수백억 달러 규모의 미 국채 ‘팔자’에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달러화 강세로 엔화 가치가 20년 만에 최저 수준인 달러당 130엔선까지 떨어져 환 헤지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보유한 미 국채를 대거 팔아 치우기 시작한 것으로 해석된다.

블룸버그통신은 채권투자사 BMO캐피털마켓을 인용해 최근 3개월 동안 연기금과 보험사 등 일본 기관투자가들이 매도한 미 국채가 총 600억 달러(약 76조 원)에 달한다고 1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이는 일본 기관의 미 국채 보유량(1조 3000억 달러)의 5%에 해당한다.





일본은 세계 채권시장에서 미 국채에 가장 많이 투자한 ‘큰손’이다. 2위인 중국(1조 601억 달러)과 3위 영국(6088억 달러) 등을 가뿐히 뛰어넘는다. 그런 일본이 포트폴리오에서 미 국채를 덜어내기 시작한 것은 엔화와 달러 간 통화 가치 격차가 기록적으로 벌어졌기 때문이라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채권 투자 시 환율 급변으로 발생하는 손실에 대비해 미리 마련해두는 환 헤지 비용이 크게 늘자 어쩔 수 없이 미 국채를 처분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블룸버그는 “최근 환 헤지 비용은 종전에 비해 1.55%포인트가량 급증했는데 이는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안전자산인 미 국채 수요가 치솟았던 때와 비슷한 수준”이라며 “환율을 '방어’하는 데만 드는 비용이 커지다 보니 미 국채 투자에서 얻게 되는 실효 수익률마저 떨어지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미국이 고강도 긴축에 나선 반면 일본 중앙은행은 경기 회복이 급하다는 이유로 여전히 ‘돈 풀기’ 기조를 유지해 엔저가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이다. 일본의 미 국채 매도가 당분간 계속될 수 있다는 얘기다. ‘큰 손’ 일본의 국채 매도는 미국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미쓰비시UFJ국제투신의 히구치 다쓰야 수석펀드매니저는 “일본 기관 사이에서 미 국채보다 스페인이나 이탈리아 등 유럽 국채에 투자하는 게 더 이익이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닛세이자산운용의 미구로 아이치로 매니저 역시 “미국 입장에서도 달러 가치가 오른 데 따른 (국채 투자 시) 헤지 비용 상승은 고민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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