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과 관련해 재판을 받고 있는 김만배씨와 정영학 회계사가 성남시의회에 로비를 시도한 정황을 담은 녹음파일이 공개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이준철 부장판사)는 2일 정 회계사와 김씨,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남욱 변호사, 정민용 변호사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에 대한 공판을 열어 정 회계사가 2013년 3월 녹음한 파일을 재생했다.
이날 재생된 정 회계사와 김씨 사이 통화에서 두 사람은 성남시의회 강한구 의원을 언급했다. 김씨는 “한구 형은 누가 전달해야 하나”라고 말했다가 뒤이어 “한구 형 부분도 형(김씨) 선에서 처리하겠다”고 말한다.
이에 정 회계사는 “그게 맞는 것 같다”며 “10억 20억 가져가서 거기서 정리하셔야 한다”고 답한다. 정 회계사는 이어 “대신에 나중에 그쪽에서 생기는 문제에 대해서 책임은 지셔야 한다”고 덧붙인다.
검찰은 “이 파일이 녹음된 시기는 2013년 3월 9일인데, (통화에서 언급된) 강 의원은 2012년까지만 해도 성남도시개발공사 설립에 유보적이었다가 2013년 2월 찬성 의견을 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또 “대장동 개발사업 관련 이익을 약속한 사람들에게 잘라줘야 하고 강 의원에게 로비하는 것은 김씨가 맡겠다고 언급한 것이 녹음파일에서 확인된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도 두 사람은 통화에서 수차례 ‘의장님’을 언급했다. 이는 최윤길 당시 성남시의회 의장을 뜻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씨가 먼저 “의장님과 통화해 보셨습니까”라고 묻자, 김씨는 “안 왔다”며 “거기도 한번 가봐야겠다”고 대답한다. 김씨는 이어 “애들은 의장님한테 잘하냐”, “욱이(남 변호사)는 안 봐도 찰싹 붙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또 “앞으로 점점 의장이 세질 것”이라며 “대장동 키는 의장님이 완전히 쥐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정 회계사는 남 변호사와 함께 대장동 사업을 계획해왔다. 머니투데이 기자 출신이자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인 김씨는 대장동 사건의 로비를 담당한 인물로 지목돼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지난달 29일에 이어 이날도 공판 내내 정 회계사의 녹음파일을 재생할 예정이다. 재생할 녹음파일이 66건에 달해 이달 3일과 6일에도 공판을 열어 재생을 계속할 방침이다.
정 회계사의 녹음파일은 2012∼2014년과 2019∼2020년 김씨, 남 변호사 등과 주고받은 대화와 통화를 녹음한 것으로 이번 사건의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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