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식에 부총리보다 높은 급의 인사를 파견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국무원 조직상 부총리보다 높은 인사는 시진핑 국가주석과 리커창 총리뿐이다. 윤 당선인의 취임식을 계기로 리 총리가 약 7년 만에 방한할지에 눈길이 쏠린다.
2일 서울경제의 취재를 종합하면 중국은 10일 열리는 윤 당선인 취임식에 부총리급보다 윗선의 인사를 파견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윤 당선인 취임식에 중국 외빈도 참석할 예정”이라며 “예전 수준보다는 조금 더 윗급에서 보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국은 그동안 한국 대통령 취임식에 부총리급 인사를 파견해왔다. 2013년 2월 박근혜 전 대통령 취임식에는 부총리급의 류옌둥 당시 공산당 정치국 위원이, 2008년 2월 이명박 전 대통령 취임식에도 부총리급인 탕자쉬안 당시 외무담당 국무위원이 참석했다. 2003년 2월에 열린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취임식 역시 첸치천 당시 국무원 부총리가 참석했다.
중국 국무원 조직 서열상 부총리급보다 높은 인사는 리 총리다. 리 총리보다도 높은 인사는 시 주석뿐이다. 시 주석과 리 총리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2년 이상 해외 순방에 나서지 않고 있다. 리 총리는 2015년 11월 서울에서 열린 제6차 한중일 정상회담에 참석한 후 지금까지 한국을 찾지 않았다. 윤 당선인 취임식을 계기로 방한한다면 약 7년 만에 한국을 다시 방문하는 셈이다.
중국이 9년여 만에 개최되는 한국 대통령 취임식에 이전보다 높은 급의 인사를 보내려는 것은 그간 높아진 한국의 국제적 위상과 무관하지 않다는 게 외교가의 설명이다.
한국은 코로나19 대유행 기간에 국제사회로부터 방역 성과를 긍정적으로 평가받았다. K팝과 드라마 등 문화 예술 분야에서도 우수성이 인정됐다. 이러한 배경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2021년 6월 영국 콘월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초청을 받아 참석하기도 했다.
미중 패권 전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한국의 입지가 날로 중요해지는 점 역시 주목할 만하다. 미중 모두에 한국의 협조는 점차 중요해지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한미 동맹을 주축으로 한 대외 정책 방향을 일찍이 천명했다. 중국으로서는 한국과의 관계를 보다 세심하게 관리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졌다는 뜻이다. 시 주석이 3월 25일 윤 당선인과 전화 통화를 하며 이 같은 관측에 더욱 힘이 실렸다. 시 주석이 한국 대통령 당선인과 통화한 것은 윤 당선인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통상 파견하던 장관급 인사를 보낼 계획으로 전해졌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참석할 수 있다. 일본은 기시다 후미오 총리 대신 하야시 요시마사 외무상 등 각료를 파견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대통령취임준비위원회는 3일 브리핑을 통해 윤 당선인의 취임식에 참석하는 외빈 명단을 발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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