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도 이런 코미디가 없다. 대개는 코미디가 아닌 상황에서 쓰는 관용구다. 응용 버전도 있는데, 지금은 폐지된 코미디 프로그램명을 딴 '개콘이 따로 없다'는 표현이다. 그리고 한국에선 유독 이런 말을 자주 듣는 집단이 있다. 바로 위정자들이다.
넷플릭스에 올라와 있는 영화 '이리지스터블(Irresistible)'(2020)은 바로 '개콘이 따로 없는' 정치 상황을 그린다. 그것도 시장을 뽑는 선거 국면을 다룬 정치 풍자 코미디다. 6.1 지방선거 한 달 앞두고 아주 시의적절한 영화이겠다. 미국 정치 이야기지만 보고나면 한국 정치사회에도 교훈이 많다.
때는 트럼프와 힐러리가 맞붙었던 미 대선 이후. 민주당 최고 선거 전략가인 게리 지머(스티브 카렐)는 선거 패배 책임을 지고 사라진다. 정확히는 사라진 줄 알았지만 그는 사무실에 틀어박혀 또다른 전략을 짜고 있었다. 이름도 모르는 사무실의 젊은 친구가 찾아 보여준 유튜브 영상이 그를 다시 움직이게 만들고, 게리는 '미국의 심장'이라 불리는 위스콘신의 가상 시골 동네 디어라켄을 찾아가게 된다.
동영상 내용은 이렇다. 몇몇 동네 사람들을 모아놓고 디어라켄 시장이 공청회를 진행하고 있다. 시장은 '이미 다 그렇게 하기로 결정했다'며 막무가내. 이때 전직 미 해병대 대령이었던 농부 아저씨 잭 헤이스팅스(크리스 쿠퍼)가 등장해 이렇게 일갈한다. "힘들 때 신념을 지킬 수 없다면 그게 신념인가요? 그냥 취미지."
게리는 디어라켄에서 잭 헤이스팅스를 쉽게 찾아낸다. 마치 요즘 나오는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 속 제주도 같다. 딱 하루만 지나도 마을에 온 이방인, 게리를 알고 있는 마을 사람들. 카페 사장은 그에게 쿠키도 구워주고, 식당 주인은 방도 내어준다. 친절한 인심이다.
게리는 잭 헤이스팅스에게 민주당 후보로 디어라켄 시장 선거에 나설 것을 제안한다. 전직 해병대 대령 출신이자, 대충봐도 도널드 트럼프를 닮은 외형으로 영화 속 표현에 따르면 누구보다 '보수파'로 보였던 그의 발언에서 '진보스러운' 내면을 꿰뚫어봤기 때문이다. 군대에서 배운 것은 가장 약한 고리가 끊어지면 사슬도 끊어진다고, 그러므로 약자를 먼저 챙겨야 한다고.
잭은 그렇게 디어라켄 시장 후보로 나서고. 게리는 그의 선거 참모가 된다. 민주당과 공화당 경합주인 위스콘신의 시골 동네에 민주당 최고 선거 컨설턴트가 내려가 시장 선거를 돕고 있으니 자연스레 언론도 따라 붙는다. 그리고 그의 영원한 경쟁자, 공화당 최고의 전략가 페이스 브루스터(로즈 번)가 디어라켄을 찾아온다. 조용하던 시골 마을이 순식간에 최고의 정치 접전지로 떠오르고, 언론은 매일 속보 경쟁을 펼친다.
보다보면 감동도 있다. 정치인이 지켜야 할 신념과 정의에 기반한 대사들이 곳곳에서 터진다. 공화당의 물량 공세에 점점 밀리는 형국에 게리와 잭은 부자들이 모인 도시로 날아가 도움을 청하기로 한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 던진 잭의 한마디가 심금을 울린다. 이를 통해 막대한 자금을 얻어내고 선거판은 더욱 치열해진다.
게리는 선거에서 이기기 위한 모든 수단을 가동하려 한다. 영화 '킹메이커'에 나오는 서창대가 바로 게리였다. 하지만 선거를 돕던 잭의 딸 다이애나(맥킨지 데이비스)는 '이게 맞는 거냐'며 정치에 환멸을 느끼고. 그리고 나중에 아주 ‘쎄게’ 관객들에게 반전을 선사한다. 과연 누가 이겼을까. 아래 포스터가 힌트.
◆시식평 - 코미디언이 제작한 정치 풍자극. 코미디와 정치는 필연일 수밖에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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