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국립대학교가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를 초청해 재학생 뿐 아니라 진주시민들을 대상으로 특강을 진행하려고 했으나 재학생들의 반발에 부딪쳐 결국 강의를 취소했다.
대학 측은 2일 사과 담화문을 내고 ‘개척자의 길’ 초청강연회 취소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학은 “경상국립대학교는 학생들의 창의적 미래 인식 및 진로 설정에 도움을 주기 위해 ‘개척자의 길’이라는 주제로 정계·경제계·학계 등 일련의 사회 저명인사의 초청특강을 계획했다”며 “현재 국회 교섭단체로 등록되어 있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에 대표 초청특강을 요청하였으며, 일정상 국민의힘 당 대표의 특강이 먼저 결정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역에서 직접 만나기 어려운 정치인들의 특강을 지역주민에게도 개방해 지역과 대학이 함께 주요 이슈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기를 기대했다”면서 “하지만 6월 1일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둔 민감한 시기에 특정 정당 대표의 특강이 예상하지 않은 정치적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여 부득이하게 특강을 취소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어떤 정치적 의도 없이 우리 학생과 지역주민을 위해 추진한 특강에 대해 더 이상 그 순수성을 오해하거나 불필요한 논란을 일으키지 않기를 바란다”며 “이번 개척자의 길 특강에 관심을 가져주신 분께는 사과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학교 측은 이 대표를 초청해 3일 오후 2시 ‘공정과 상식의 힘’을 주제로 특강을 진행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재학생들이 이 대표의 성상납 의혹과 혐오발언 등 문제를 지적하며 반대 운동에 나섰다.
재학생들은 ‘이준석 학내 초청강연을 강력 규탄하는 경상국립대 재학생연합’을 조직해 지난달 29일부터 반대 서명 운동, 시위 등을 벌이며 강연 취소를 촉구했다. 재학생연합 측은 “이 대표는 현재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에 회부되어 징계 절차 중에 있다. 또한 장애인이동권시위에 대한 잇따른 막말과 혐오조장으로 지금도 이 대표를 규탄하는 각종 집회와 시위가 연일 열리고 있다”며 “이 대표의 그간의 정치행보 역시 차별과 혐오정치로 국민들을 분열시켜 왔다는 비판을 피해갈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처럼 논란 있는 특정 정당 정치인에 대한 초청강연이 학생회도 아닌 대학본부 대외협력처 주최로 재학생들의 여론수렴 없이 통보 식으로 진행됐다. 재학생들 중 많은 수가 아직도 이 초청강연의 존재를 모르고 있으며, 3일 진행되는 초청강연의 학내 게시판 홍보물이 인문대학의 경우 4월 29일 금요일에 부착됐다”며 “경상국립대학교는 이처럼 죄 지은 듯 신속하게 윤리적, 정치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정치인의 초청강연을 진행하고자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했다.
이어 “지방선거가 다가오고 있는 지금, 모든 학생들에게 공정해야 할 경상국립대학교 본부가 혐오선동정치의 대명사가 된 이준석의 초청강연을 ‘공정과 상식’이라는 이름으로 구렁이 담 넘어가듯 기획한 의도를 묻고 싶다. 구성원들 중 누구를 위한 강연인가”라며 초청강연의 즉각 취소를 요구했다.
다만 강연 초청 이후 재학생 중 이 대표를 지지하는 일부 학생들은 학교 측의 대응에 반대 의견을 내면서 재학생 사이에 갑론을박이 벌어지기도 했다. 대학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는 “어이가 없다” “학교 대응이 부끄럽다. 다음에도 마음에 안 든다고 떼쓰면 강연 취소시킬 건가” “정치색 떠나서 이런 사람 강의를 직접 듣고 질의응답 할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은데 화난다” 등의 글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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