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간 614억 원을 빼돌린 우리은행 직원이 내부 문서를 위조해 은행 내부 감사를 벗어난 정황이 드러났다.
3일 금융권과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614억 원을 횡령한 A 씨가 범행 과정에서 은행 내부 문서를 위조한 혐의를 포착해 추가 조사를 하고 있다. A 씨는 2012년과 2015년 각각 173억 원, 148억 원을 수표로 빼냈고 2018년에는 293억 원을 이체 방식으로 빼돌린 뒤 해당 계좌를 아예 해지했다.
거액을 빼돌리면서 A 씨는 은행 내부 문서를 위조해 감시망을 피해간 것으로 알려졌다. 2012년과 2015년에는 부동산 신탁 전문 회사에 돈을 맡겨두겠다고 속여 담당 부장의 결재를 받았고 2018년에는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돈을 맡아 관리하기로 했다는 허위 문서를 작성해 승인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우리은행은 A 씨의 말을 믿고 캠코 등에 사실 관계를 확인하지 않았다.
사건 초기만 해도 우리은행의 내부 통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이 부각됐다. 하지만 직원이 의도적으로 서류를 위조했다면 은행이 이를 발견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A 씨가 다년간 해당 부서에서 책임자급 직책에 있었던 만큼 계좌 잔액 등을 허위로 꾸민 서류를 감사 총괄자에게 제출했다면 감사자가 직접 재확인하지 않고는 잘못을 적발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추론이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감사를 위해 공식적으로 보고한 내용을 부서장이 하나하나 다시 확인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설명했다.
금융감독원 역시 이런 내부 통제의 미비점 보완을 중심에 놓고 이번 사태를 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정은보 금감원장은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은행장 간담회에서 “은행권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며 “현재 진행 중인 해당 은행에 대한 검사를 통해 사실관계를 규명해 사고에 책임 있는 관련자에 대해서는 엄정 조치하고 내부 통제 미비점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제도 개선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원덕 우리은행장은 간담회 전 기자들과 만나 “고객의 신뢰 회복을 위해 각고의 노력을 다하도록 하겠다”며 “고객과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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