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의 국정 운영 청사진이 나왔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3일 ‘다시 도약하는 대한민국, 함께 잘사는 국민의 나라’라는 비전 아래 공개한 6대 국정 목표와 110대 세부 과제의 키워드는 ‘민간 이니셔티브’다. 문재인 정부가 이념에 매몰된 정부 주도 정책으로 왜곡한 경제를 ‘민간이 끌고 정부가 미는 역동적 경제’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인수위는 경제 체질 선진화와 전략산업 육성 방안 등도 제시했다. 이를 위해 정부가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구분하고 규제 시스템 혁신을 첫 목표로 삼은 것은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화려한 비전이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이명박 정부의 ‘비즈니스 프렌들리’나 박근혜 정부의 ‘4대(노동·공공·교육·금융) 개혁’은 적절한 방향이었지만 말의 성찬에 머물렀다. 문재인 정부는 선의로 포장한 경제의 정치화로 부작용을 양산했다. 결국 정권의 성패는 얼마나 일관성 있게 비전을 실천하느냐에 달려 있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최근 움직임을 보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비서실 슬림화’라는 명분을 내세워 안철수 인수위원장이 제안한 ‘과학수석’ 신설도 외면했다. 윤 당선인은 최근 제조 업체들을 계속 찾았지만 실제로 성장 동력 재점화를 위한 구체적 비전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우리는 전통 제조업이 한계에 이르렀지만 신성장 산업은 10년 넘게 나타나지 않는 진퇴양난의 처지다. 4월 자동차 수출 감소와 반도체 적신호 등에서 보듯이 수출의 양축에 균열이 가고 있다. 국가 최고 지도자는 복합 위기를 뚫고 나갈 뚝심을 보여야 한다. 노동 개혁으로 ‘영국병’을 치유한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와 감세 등 ‘레이거노믹스’로 경제를 살려낸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 등의 리더십을 배워야 한다. 윤 당선인은 조속히 노동·규제·교육·연금 대개혁을 위한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고 전략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한 대통령 직속의 태스크포스(TF) 설치 계획도 밝혀야 한다. 이 순간 윤 당선인에게 필요한 것은 눈앞의 지방선거 승리가 아니라 미래 먹거리 산업을 발굴하기 위한 불굴의 개혁 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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