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교원 노동조합 전임자의 유급 근로시간을 면제하는 ‘타임오프제’가 국회 상임위원회 문턱을 넘었다. 타임오프제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대선 후보 시절 찬성 입장을 밝혔던 안이다.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또한 공약으로 담은 바 있다. 정치권이 지난 대선 당시 내걸었던 ‘노동 포퓰리즘’ 공약들이 새 정부가 출범하기도 전에 청구서가 돼 돌아온 셈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4일 전체회의를 열고 공무원과 교원 노조의 타임오프 도입이 담긴 공무원노조법·교원노조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올 1월 초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한 지 4개월 만이다.
타임오프제는 이제 법제사법위원회 논의를 거쳐 본회의에 상정되는 절차를 밟는다. 이르면 5월 국회 내에 본회의를 통과할 가능성이 높다.
타임오프제는 1월 본회의를 통과한 공기업과 준정부 기관 등 공공기관 이사회에 근로자 대표를 포함하는 ‘노동이사제’와 함께 대표적인 친노동법안으로 불린다. 역대급 박빙 승부가 예고됐던 지난 대선에서 여야 후보들은 노동계의 표심을 잡기 위해 노동이사제와 타임오프제 도입을 앞다퉈 공약했다.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지난해 12월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을 방문한 자리에서 “공무원과 교원에 대한 노동권에 따라 타임오프 제도를 지원할 때가 됐다”고 말하며 타임오프제 도입 찬성 입장을 밝혔다. 이에 앞서 이 전 후보도 지난해 11월 “패스트트랙을 통해서라도 처리할 것”이라고 밝히며 타임오프제 도입 의견에 힘을 보탰다. 주요 대선 후보 중에서는 국민의당 후보였던 안철수 현 대통령직인수위원장만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번 상임위 통과를 두고는 정치권이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급하게 노동계 표심에 구애를 보낸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논란이 됐던 비용 추계 부분은 결국 여야 합의를 보지 못한 채 서둘러 경제사회노동위원회로 공을 넘겼기 때문이다.
박대출 환노위원장은 “비용 추계 등은 경사노위에서 논의하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타임오프제를 두고서는 여전히 노사 간 입장 차가 큰 만큼 경사노위 논의 과정에서 노동계와 사용자 측의 갈등이 더욱 심화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노동이사제에 이어 타임오프제까지 국회 본회의 통과를 눈앞에 두면서 재계의 시름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노동이사제는 우선 공공 부문에 한해서만 제도가 도입되는 것이지만 추후 민간 기업으로도 언제든지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 정부에 이어 차기 정부에서도 친노동 정책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정부 출범 이후 상황에 대해 예의 주시하는 모습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노사 관계가 노동계 쪽으로 기울어져 있는데, 계속해서 같은 방향으로 기울어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균형 잡힌 노사 관계 형성은 물론 글로벌 스탠더드 측면에서도 사측의 방어권을 보장해주는 쪽으로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도 “(타임오프제는) 노사 관계 정상화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고 우려했다.
한편 한국노총은 타임오프제 환노위 통과 직후 논평을 통해 “이번 법 개정으로 공직 사회와 교육 현장 내 불합리한 차별이 해소될 것”이라며 “개혁에 실질적인 활동 주체로서 공공성과 민주성 향상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