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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A 수장, 4월 극비리 방문…美, 사우디와 화해하나

빈 살만과 '진전된 대화' 나눠

카슈끄지 사건으로 틀어진 양국

물밑 접촉으로 관계 복원 시도

원유 증산 요청 응할지에 관심

윌리엄 번스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중앙정보국(CIA) 수장인 윌리엄 번스 국장이 지난달 극비리에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해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를 만난 것으로 확인됐다. 역대 최악인 사우디와의 관계 개선에 나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미국의 요청대로 사우디가 원유 증산에 호응할지 주목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일(현지 시간) 번스 국장과 무함마드 왕세자의 회동에서 양측이 이전보다 진전된 대화를 나눴다고 보도했다. 앞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이스라엘 대사 및 시리아 특사를 지낸 마이클 래트니를 사우디 대사로 지명했다.

미 국무부 중동 담당 차관보 출신인 번스 국장은 사우디 왕가가 라마단 기간에 머무는 해양 도시 제다에서 무함마드 왕세자를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되지 않았으나 사우디 유전을 위협하는 예멘 반군 및 이란 핵 합의 복원 문제 등이 비중 있게 논의됐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만남이 주목되는 것은 그동안 무함마드 왕세자가 바이든 대통령과의 통화까지 거부할 정도로 양국 관계가 악화됐기 때문이다. 사우디는 중동에서 미국의 대표적 ‘혈맹’으로 꼽히지만 미국 정부가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사건의 배후로 무함마드 왕세자를 지목한 뒤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지난해 9월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왕세자와 면담하는 자리에서 해당 사건에 대한 얘기를 꺼내자 왕세자가 고성을 질렀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무함마드 빈 살만(오른쪽)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로이터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양측의 갈등은 전 세계에 적나라하게 노출됐다. 대(對)러시아 제재 효과를 높이고 유가를 억제하기 위해 미국이 수차례 원유 증산을 요청했지만 사우디가 이를 외면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물밑 접촉 등을 계기로 양국이 관계 복원을 시도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이란과 예멘 반군 등으로부터 위협을 받는 사우디는 여전히 미국의 안보 지원이 필요하며 미국 역시 유럽 동맹국들의 에너지 안보를 위해 사우디를 어떻게든 달래야 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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