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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이] 닥터 스트레인지, 안녕…미스 아메리카 안녕!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리뷰


(*스포일러는 거의 없지만 일부 포함돼 있을 수도 있습니다.)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스틸 / 사진 =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새로이 등장한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젊은 소녀 캐릭터 '아메리카 차베즈(코드네임 '미스 아메리카')가 광활한 멀티버스의 포탈을 활짝 열고 마블 시리즈를 새로운 차원으로 이끌 모양이다.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이하 '닥스2')를 한마디로 압축하면 이렇다. 기존 캐릭터들은 다들 어디론가 떠나고, 새 캐릭터는 차기작을 예고하며 미소짓는다. 닥터 스트레인지(베네딕트 컴버배치)는 이번 6년 만의 솔로 무비에서 일종의 '진화'를 겪는다는 설정이었다. 하지만 그건 진화가 아니라 '부조화'에 가까워보인다. 언제나처럼 '다시 돌아온다!'라고 자막이 흘러나왔지만 전혀 기대가 되지 않는다. 뭐, 나중에 조금은 근황이 궁금해질 것 같긴 하다.

스칼렛 위치로 거듭난 '완다'(엘리자베스 올슨)의 존재감은 압도적이었다. '닥스2'를 보기 전 필람 작품으로 꼽혔던 '완다비전'(2021)을 보지 않았더라도, 흑화한 완다는 친절히 설명하고 공격에 들어가니 그의 서사에 공감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 두 아들과의 만남을 방해하는데 세상 어느 엄마가 가만히 있을까. 다크홀드의 마력에 더욱 강력한 '모성애'를 한스푼 더한 스칼렛 위치는 무적에 가까운 힘으로 여러 멀티버스를 뒤흔든다.

얼핏 가족영화를 추구하는 듯 하지만 이 영화는 제작진이 말한대로 마블 사상 최초의 '스릴러 영화'가 맞았다. 호러 거장 샘 레이미 감독을 만난 완다는 영화 내내 곳곳에서 소름을 돋게 만들며 닥터 스트레인지와 동료들을 압박한다. 눈빛만으로도 벌써 압살당한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하지만 끔찍하기까지 한 것은 장점이자 단점인 듯 하다. 새롭다면 새롭고 이질적이라면 이질적이다. '빙의'라는 소재를 이런 식으로 풀어내는 아이디어는 좋았다. 후반부로 갈수록 피를 점점 뒤집어쓰고, 발을 절뚝 거리면서도 타깃을 향해가는데 긴장감이 상당했다.





그리고 이번 영화에서 유일하게 하나 얻은 것이 있다면 바로 14살, MCU의 최연소 슈퍼히어로 '아메리카 차베즈'(소치틀 고메즈)의 등장이다. 이번 영화에서 그는 아직은 앳된,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사용할 줄 모르는 소녀에 불과하다. 영화 초반 디먼이 보낸 괴물 가르간토스에 쫓기는 그를 닥터 스트레인지와 웡(베네딕트 웡)이 발견하고 돕게 되면서 인연이 시작된다.

구하고 보니 스트레인지가 꿈속에서 만난 적 있던 아이였다. 아메리카는 꿈이 아닌 다른 세상의 나, 즉 멀티버스 너머 자신을 본 것이라고 일러준다.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의 스트레인지에게 아메리카는 자신과 함께 이 세계로 넘어온 또 다른 스트레인지를 눈 앞에 보여준다. 그와 똑같이 닮은 남자의 등장, '광기의 멀티버스'가 본격적으로 시동을 건다.

멀티버스가 존재한단 사실은 마블 전작들을 통해 알고 있었지만 여행하듯 차원을 마음대로 옮겨 다닐 수 있다는 사실은 새롭다. 누구나 탐낼 만한 이 능력을 바로 완다가 노린다. 차원이동 능력을 어둠의 힘에 빼앗길 수 없기에 모든 생텀의 법사들이 힘을 모아 카마르 타지와 아메리카를 지키려는 장면은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두려움을 느낀 아메리카는 자신도 모르게 멀티버스의 포탈을 열게 되고 웡만 내버려둔 채 둘은 새로운 차원으로 빨려들어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MCU의 반가운 캐릭터들을 마주한다. 일루미나티 멤버들, 캡틴 카터, 캡틴 마블, 미스터 판타스틱, 블랙볼트 그리고 프로페서 엑스까지. 나중에 좀비와 괴수까지 등장하는 것을 목도하고 나면 왜 부제를 '광기의 멀티버스'라고 정했는지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이번 작품에서 최소한 4명의 스트레인지가 등장한다.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1인 다역이 빛을 발한다. 아메리카가 만난 스트레인지들은 모두 하나같이 자기 중심적이었다는 설명도 곁들여진다. 이때문에 닥터 스트레인지는 오히려 위험한 인물로 취급된다. 어떤 멀티버스에선 대의를 위한다며 아메리카의 능력을 빼앗고 죽이려고도 했고, 또 다른 세계에선 다크홀드의 힘을 흡수해 한 세상을 파멸로 이끈다. 일루미나티는 '드림 워킹'을 통해 멀티버스를 넘나드는 완다보다도 그를 더욱 경계한다. 메인 유니버스의 닥터 스트레인지가 다른 멀티버스 속 수많은 그의 전철을 똑같이 밟게 되느냐, 아니냐의 문제가 이번 '닥스2'의 핵심 서사다.

사실 그 문제의 답은 쉽게 예측이 가능했다. 닥터 스트레인지가 정의롭지 않은 선택을 할 거라고 예상하고 영화를 보진 않을 테니까. 하지만 문제를 푸는 과정은 의외였고 답을 내고보니 결말은 괴이했다. 닥터 스트레인지 역의 배네딕트 컴버배치는 "닥터 스트레인지의 진화"라고 표현했는데 이런 식의 진화라면 차라리 안 보고 싶을 지경이기도.



원작 속 아메리카 차베즈 이미지


그래서 더더욱 새로운 인물 '아메리카 차베즈'에 주목하게 되는 이유다. 아메리카는 젊고 에너제틱하다. 스트레인지와 함께 멀티버스를 넘나다니며 많은 일들을 겪게 되는데 그 끝은 희망적이다. 마침내 능력을 제어할 수 있게 된 것. 알다시피 아메리카는 원작에서 '영 어벤져스' 팀의 리더를 맡는다. 이쯤 되면 이번 영화의 주인공은 닥터 스트레인지가 아닌 셈이다. 닥터 스트레인지는 쿠키 영상에서 나타난 '클레어'와 함께 어디론가로 훌쩍 떠난다. 아메리카는 카마르 타지에서 수련을 하며 미래를 예고했다. 한 세대가 저물고 새로운 세대가 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아메리카 얘기를 조금 덧붙인다. '1인 다역' 닥터 스트레인지와 달리, 아메리카는 다른 차원 속 자신을 만난 적이 한 번도 없다. 원작에 따르면 그는 멀티버스 밖 세계 '유토피아 패럴렐'에서 태어났다. 여성들만 존재하는 세계, 두 엄마 아래에서 자란 그는 자신의 실수로 포탈을 열고 두 엄마를 잃게 된다.

이때문에 그는 마블 세계관에서 LGBT+와 다양성을 상징하는 캐릭터로 여겨진다. '닥스2'에서는 그 어떤 설명이나 상황이 부여되지 않지만 원작 설정 만으로도 일부 국가에서는 상영이 금지됐다. 아메리카로 분한 배우 소치틀 고메즈의 소셜 미디어엔 관련 내용으로 악플이 달리기까지 한다고. 앞으로의 마블 세계관에서 더욱 오래 만날 것이 분명한 '미스 아메리카'가 활약을 하면 할 수록 여러 잡음이 나올 수도 있을 듯 하다.

마블이 허투루 영화를 만들지 않을 것임을 알기에 우려보단 기대를 더하게 된다. 결론적으로 이번 영화에서 유일하게 매력적인 캐릭터가 바로 아메리카 차베즈였다. 우리는 비로소 MCU에 나타난 최연소 여성 슈퍼히어로의 등장을 목격했다. 일각에선 원작보다 다소 어리숙한 느낌의 아메리카로 표현됐다며 혹평을 하기도 한다는데, 앞으로의 활약을 기대하고 기다리는 것으로 만족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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