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왈리드 빈 탈랄 사우디아라비아 왕자 등 세계적인 자산가들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트위터 인수 지원사격에 나섰다. 71억 달러(약 9조원)가 넘는 투자금을 유치하면서 머스크는 440억 달러에 달하는 인수자금 마련의 부담을 소폭 덜게 됐다.
머스크는 5일(현지시간)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19개 개인·단체가 트위터 인수에 총 71억 4000만 달러(약 9조원)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미 CNBC에 따르면 머스크는 투자자들을 직접 골랐다.
가장 많은 액수를 투자하기로 한 것은 알왈리드 왕자다. 그는 인수 이후 트위터 주식 3494만 8975주를 받는다는 조건으로 19억 달러 투자를 약정했다. 앞서 지난달 머스크의 인수 제안이 트위터의 가치를 과소평가했다며 부정적 견해를 드러냈지만 입장을 바꿨다.
테슬라 이사로 머스크와 친분이 있는 래리 엘리슨 오라클 창업자는 10억 달러를 투자한다. 머스크가 CEO로 있는 스페이스X에 투자 중인 피델리티자산운용, 허니콤자산운용 등도 각각 3억 1600만 달러, 500만 달러의 투자를 약정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를 인용해 “머스크와 개인적 관계가 있거나 머스크의 사업에 투자해서 이익을 낸 이들이 주로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를 지원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바이낸스도 5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바이낸스의 창펑자오 설립자는 자신의 트위터에 “머스크의 대의에 대한 작은 기여”라며 “소셜미디어와 웹3를 하나로 묶고 가상화폐 사용을 확대하는 데 (이번 투자가) 역할을 할 수 있길 바란다”고 투자 배경을 설명했다.
머스크는 이번 투자 유치를 계기로 440억 달러에 달하는 인수대금 조달 부담을 작게나마 덜어내게 됐다. 머스크는 SEC에 “이번 약정을 근거로 테슬라 주식담보대출로 조달할 금액은 당초 125억 달러에서 62억 5000만 달러로 축소됐다”고 밝혔다. 앞서 머스크는 인수대금 중 테슬라 주식을 담보로 125억달러를, 자신이 보유한 자산으로 210억달러를 마련하겠다고 밝힌 상태였다. 하지만 2500억 달러 상당의 그의 자산이 대부분 주식이라는 점에서 자금을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느냐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댄 아이브스 웨드부시증권 이사는 워싱턴포스트(WP)에 “투자 유치로 트위터 인수가 몇 달 안에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가 또 다른 난관에 봉착할 가능성도 조심스레 제기된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가 이번 인수의 반독점 요소를 검토할지 여부를 다음 달 결정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비영리단체 오픈마켓이 머스크가 인터넷 제공업체 스타링크 등을 소유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FTC가 제동을 걸어야 한다고 주장한 것에 따른 조치다. 하지만 블룸버그통신은 “반독점 전문가들은 이번 인수가 반독점 우려를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보고 있지 않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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