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부배가 '결혼작사 이혼작곡3'를 통해 주연으로 성장했다. 장장 40분에 달하는 레스토랑 신을 소화하기 위해 지문까지 달달 외우며 연기적인 한계를 뛰어넘었고, 캐릭터를 이해하기 위해 다양한 상황을 설정하며 인간적으로도 성숙해졌다. 세 개의 시리즈를 마무리하며 큰 산을 뛰어넘은 부배는 앞으로 다양한 캐릭터를 통해 시청자들과 만날 예정이다.
TV조선 토일드라마 '결혼작사 이혼작곡3'(극본 임성한/연출 오상원)는 라디오 방송국에서 수년째 합을 맞춰온 PD 사피영(박주미), DJ 부혜령(이가령), 작가 이시은(전수경)이 행복한 가정생활을 하다가 예기치 못한 불행이 닥쳐오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다. 사피영은 남편 신유신(지영산)의 불륜으로 이혼하고, 딸 신지아(박서경)와 행복한 일상을 꾸리려고 한다. 그러던 중 SF전자의 차남 서동마(부배)와 불같은 사랑에 빠지게 된다.
시즌 1, 2에서 조연이었던 부배는 시즌3에서 서동마와 사피영의 로맨스가 물살을 타게 돼 주연으로 급부상했다. 서동마에 대한 서사는 깊어졌고, 분량 역시 확연히 많아졌다. 대본을 받고 해당 소식을 접한 부배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고, 이는 부담감으로 돌아왔다.
"분량이 많아졌기 때문에 더 잘해야 된다는 부담이 컸어요.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연습밖에 방법이 없었죠. 연습을 통해 실수를 줄여야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평소보다 대본을 많이 봤어요. 제가 임성한 작가님의 선택을 받은 이유가 뭘지 궁금하기도 해요. 여쭤볼 기회가 없었는데, 아무래도 이미지가 잘 맞은 덕인 것 같아요."(웃음)
6회에서는 서동마가 사피영을 유혹하기 위해 40분 동안 설득하는 장면이 나온다. 서동마는 사피영에게 자신과 만나야 되는 이유를 들며 설득하고, 사피영은 왜 자신이 서동마와 연애를 할 수 없는지 피력한다. 오로지 대화로 장면을 이끌어 가야 되는 상황. 분량도 어마어마하지만, 지문의 디테일도 상당해 부배는 대본을 통째로 암기해야 됐다.
"사실 사람이 얘기하다 보면, 손짓이나 행동이 자연스럽게 나오잖아요. 그런데 임성한 작가님 대본에는 컵을 놓는 위치까지 디테일하게 쓰여 있어요. 숙지하는 데 오래 걸리고, 계속 대본을 봐야 전체적인 게 완성되더라고요. 6회 레스토랑 신 같은 경우에는 스테이크를 써는 행동, 눈빛까지 다 표기돼 있었죠. 6회 대본을 받고 촬영까지 대략 30일 정도가 있었는데, 하루에 열 번 이상 연습했어요. 혼자 집에서 레스토랑처럼 꾸며놓고, 행동과 눈빛을 아예 시뮬레이션 돌린 거예요. 총 300번 연습한 것 같습니다."
"촬영은 3일에 나눠서 진행됐어요. 저도 준비를 많이 했는데, 박주미 선배도 연습을 많이 해오셨더라고요. 그래서 그런지 촬영은 수월했죠. 특별히 어려운 점도 없었도, NG도 거의 나지 않았습니다. 철저히 준비한 덕인 것 같아서 뿌듯해요."
레스토랑 신 자체를 놓고 보면, 말로 여성을 유혹하는 장면이다. 부배는 '설득을 통해 연애를 하는 게 가능할까?'라는 질문의 답을 찾는 게 먼저였다고 털어놨다. 이해가 가지 않는 상황이지만, 연기자 입장에서 최대한 서동마를 이해하기 위해 애썼다.
"저는 이성이 마음에 들면 일단 표현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제가 말발이 좋은 편이 아니라 서동마처럼 말로 푼 적은 없어요. 그냥 상대방에게 제 마음을 느끼게끔 행동하죠. 누가 봐도 내가 이 사람을 좋아한다는 걸 알 수 있을 정도로요."
서동마가 사피영에게 직진하게 된 건 비명 소리를 들은 후부터다. 서동마는 남가빈(임혜영)과의 약혼을 깰 정도로 강렬한 사랑에 매료된다. 비명 소리에 반했다는 설정 역시 이해하기 어려웠다는 부배는 서동마와 사피영의 서사를 되뇌면서 과정을 만들었다고.
"이해하기 힘들었는데, 제가 생각해서 찾은 게 있어요. 그 비명 소리 때문에 갑자기 사랑에 빠진 게 아니고, 앞서 골프장에서 마주쳤을 때 이미 호감이 생긴 거라고요. 호감이 계속 남아 있는 상태에서 비명을 들었을 때, 서동마의 마음에 강하게 온 거예요. '이게 사랑인 건가?' 생각하다 보니 사랑이라고 깨달은 거라고 해석했습니다."
서동마는 구애하기 위해, 딸과 놀이공원에 간 사피영을 쫗아 간다. 그는 정체를 들키지 않기 위해 후크 선장 분장까지 하며 사피영의 행복한 일상을 지켜본다. 후크 선장 분장을 해야 된다는 소식을 들은 부배는 처음엔 받아들이기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임성한 작가님이 원하신 건 완전히 풀 세팅이었어요. 그런데 전 최대한 서동마 느낌이 나길 원했죠. 결국 안대와 모자까지 쓰게 됐어요. 사실 후크 선장 분장이 이렇게 뜨거운 반응을 얻을 줄 상상도 못했어요. 사람들이 웃기다고 좋아하고, 짤도 많이 돌아다니더라고요. 놀림거리가 된 건가 싶었는데, 지금은 재밌어요."(웃음)
"후크 선장 분장을 하고 바이킹도 타잖아요. 제가 놀이 기구를 무서워하지 않아서 평정심을 유지하는 건 어렵지 않았죠. 대본에는 서동마가 사피영과 지아를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봐야 된다고 나와 있었어요. 그런데 제가 모자도 쓰고 안대도 하고 있었고, 바람이 눈에 들어와서 조금 따가웠어요. 전체적으로 불편한 상황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바라보는 눈빛을 보내는 건 조금 어렵더라고요."
부배는 서동마가 구애하는 것 외에 대부분은 자신과 비슷하다며 캐릭터와의 높은 싱크로율을 자랑했다. 그는 "내가 봐도 나랑 비슷하다. 그런데 나뿐만 아니라 다른 선배들도 대본 보면서 본인이랑 비슷한 점이 많다고 얘기하더라"며 "서동마는 술을 좋아하는데, 나는 술을 마시지 않는다. 그것만 좀 다르다"고 말했다.
쿨가이 기질을 갖고 있다는 게 부배와 서동마가 가장 유사한 부분이다. 부배는 2010년 맨즈헬스에서 주최한 제5회 쿨가이 선발대회에서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부배의 설명에 따르면 쿨가이 선발대회는 내면과 외면이 훌륭한 남자를 뽑는 대회다.
"어떤 분이 추천해 주셔서 나가게 됐어요. 제가 고등학교 때부터 운동을 해서 원래 하던 운동에 식단 조절만 하면서 준비를 하게 됐죠. 그때는 식이에 대한 지식이 없어서 좀 무식하게 했어요. 탄수화물을 아예 끊고 단백질하고 야채만 먹었거든요. 사실 몸 만들 때 탄수화물이 정말 중요한데 말이에요. 세 달 정도 그렇게 준비했죠."(웃음)
이후 드라마 '아테나: 전쟁의 여신'을 통해 데뷔하게 된 부배는 "대학교 때 모델 활동을 조금 하면서 연기의 꿈을 키우기 시작했다. 준비는 오래 했는데, 데뷔가 좀 늦어졌다"며 "어릴 때부터 연기에 대한 꿈을 키운 건 아니고, 하다 보니 재미를 붙인 케이스다. 이제 시작하게 된 것"이라고 했다.
부배는 본명인 김경남으로 활동하다가 부배로 활동명을 바꾸었다. 이는 동명이인인 배우 김경남과 혼동을 막기 위한 선택이었다. 타이밍을 보면서 새로운 이름을 생각하고 있던 찰나, '결혼작사 이혼작곡' 시리즈에 출연하게 되면서 새로운 마음으로 이름을 바꾼 것이다. 부배라는 이름은 받침이 없어 해외팬들이 부르기 편하다는 장점도 있었다.
"제 이름을 말씀드리면 모든 분들이 되게 신기해해요. 각인이 잘 되는 것 같아서 괜찮은 이름이에요. 외국인은 자기야라는 뜻인 베이비의 줄임말, 베라고 듣더라고요. 그렇게 보면 또 달콤한 이름이죠."(웃음)
또 부배는 자신의 '입덕 포인트'를 직접 꼽았다. 그는 부끄러워하면서도 매력적인 미소, 쿨한 성격, 그리고 맛집 리스트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제가 웃을 때랑 안 웃을 때가 확연히 달라요. 안 웃고 있으면 말 걸기 힘든 스타일인데, 웃으면 편안해 하시더라고요. 쿨가이 선발대회에서 1등을 했던 만큼 쿨한 성격도 장점이에요. 또 제가 술을 안 마시는 대신 맛집 다니는 걸 좋아해요. 함께 맛집 다닐 수 있는 게 매력 포인트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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