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에 ‘지방방송 꺼라’는 말 좀 들은 편입니다. 수업시간에 많이 떠들었단 뜻이겠죠. 그때 다 하지 못한 지방방송을 다시 켜려고 합니다. 우리 지역의 살림꾼을 뽑는 6·1 지방선거가 다가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17개 광역단체장 선거 얘기를 얇고 넓게 훑어보겠습니다. 지방방송의 볼륨을 조금만 키워보겠다는 생각입니다.
정권교체에 성공한 국민의힘의 다음 목표는 지방권력 교체입니다. 4년 전 지선에서는 17개 광역단체장 중 14곳을 더불어민주당에게 넘겨줬지만 이번에는 반드시 지방권력을 탈환해 윤석열 정부 국정 초기 동력을 뒷받침하겠다는 각오입니다. 윤 당선인이 선거개입 지적을 감수하면서도 인수위 기간 동안 지역 방문을 계속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윤심(尹心)’도 쉽게 힘을 내지 못하는 곳이 있습니다. 광주·전남·전북, 호남입니다. 그 중에서도 광주는 보수정당에게 쉽게 마음을 내주지 않았습니다. 42년 전 5·18의 아픈 기억이 강하게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1995년 민선 부활 이후 7번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계열의 보수정당이 얻은 최고 득표율은 2010년 제5대 지선 당시 정용화 한나라당 후보가 기록한 14.22%입니다. 선거운동 비용도 전액 보전 받지 못하는 득표율입니다. 4년 전에는 후보조차 내지 못했습니다.
철옹성 같은 광주 민심에 미약하게나마 변화가 감지된 것은 지난 대선 때였습니다. 국민의힘과 윤석열 후보는 복합쇼핑몰 유치 등 생활밀착형 공약으로 광주 민심을 공략했습니다. 국민의힘의 전략이 통했는지 선거운동 기간 동안 광주에서 윤 후보의 지지도가 20%가 넘는 여론조사 결과도 꽤 나왔습니다. 이준석 대표는 광주에서의 목표 득표율을 30%로 정하기도 했습니다.
비록 최종 결과는 12.72%에 그쳤지만 청년층을 중심으로 광주 민심을 한 번 흔들어봤다는 점에서 꽤나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성적표였습니다. 보수정당 역대 최고 득표율이기도 합니다.
국민의힘은 이번 지선에서 다시 한 번 ‘윤심’에 호소할 것으로 보입니다. 검찰 출신을 광주시장 후보로 내세운 것입니다. 바로 주기환 후보입니다. 광주 출신인 주 후보는 광주지검 수사과장과 대검 검찰수사관 등을 역임했습니다. 윤 당선인과는 광주지검 특수부에서 함께 일한 인연이 있습니다. 주 후보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윤 당선인의 대구지검 좌천 시절 광주에서 단둘이 만나 위로를 건넸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정년퇴임 후 대학에서 초빙교수로 재직하던 주 후보는 윤 당선인의 대선 출마와 함께 본격적으로 정치권에 발을 담기 시작했습니다. 대선 기간 동안 광주에서 포럼을 만들어 후방 지원을 했으며, 당선 후에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무사법행정분과 전문위원으로 깜짝 발탁됐습니다. 윤 당선인과의 직접 소통을 바탕으로 광주 예산 10조원 시대를 열겠다는 게 주 후보의 공약입니다.
물론 현실은 녹록치 않습니다. TK(대구·경북)에서의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광주에서 국민의힘 간판을 달고 나온 주 후보가 당선될 확률은 매우 낮습니다. 여기에 상대 후보는 광주에서 3선 국회의원을 지냈고 문재인 정부에서는 정무수석을 역임한 강기정 민주당 후보입니다. 자연스럽게 ‘문재인 대 윤석열’의 구도가 형성됐습니다. 정치신인인 주 후보에게는 여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광주에선 정의당 등 진보정당이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는 것도 신경 쓰입니다.
이 때문에 관심은 주 후보가 윤 당선인의 득표율 12.72%를 넘길 수 있을지에 쏠립니다. 나아가 광주에서 보수정당 후보 최초로 선거비용을 전액 보전 받는 15% 득표율을 기록할 수 있을지도 주목됩니다. 주 후보가 ‘보수의 불모지’인 광주에서 어떤 성적표를 받아들지, 그리고 주 후보가 앞으로 광주에서 어떤 정치행보를 이어갈지 지켜볼만한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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