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까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부의장을 지냈던 이들이 한목소리로 연준의 정책 실수를 거론하며 더 많은 기준금리 인상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나섰다. 이 과정에서 짧은 경기 침체는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나왔다.
7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리처드 클래리다 전 연준 부의장이 미 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에서 열린 콘퍼런스에 참석해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완화하려면 경기를 둔화시킬 수 있는 수준인 3.5%나 그 이상으로 기준금리를 올려야 한다”고 밝혔다.
연준은 인플레이션을 일으키지 않는 중립금리를 2.25~2.5% 정도로 보지만 인플레이션을 잡으려면 금리를 연준에서 생각하는 수준보다 추가로 최소 1%포인트 더 올려야 한다는 뜻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0.75%포인트의 금리 인상 가능성을 배제하면서 올해 말까지 중립금리 수준의 정책금리를 예상하고 있다.
연준에서 은행 규제를 담당했던 랜들 퀄스 전 부의장도 가세했다. 그는 최근 “연준이 지난해 9월부터 인플레이션 문제를 해결하기 시작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며 조 바이든 대통령이 11월까지 파월 의장의 재지명을 늦춘 것을 비판했다. 백악관의 정치적 판단 때문에 연준이 인플레이션에 제때 대응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그는 앞서 6일 블룸버그TV에 출연해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은 짧은(brief) 경기 침체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월가가 두 사람의 발언에 주목하는 것은 이들이 지난해 연준 고위직으로서 인플레이션 정책에 관여하고 최근까지도 연준의 내부 데이터를 접했던 이들이기 때문이다. 클래리다 전 부의장은 올 1월, 퀄스 전 부의장은 지난해 12월까지 각각 연준에서 일했다.
로이터통신은 “경제정책을 수립하고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자리에서 벗어난 두 전직 연준 부의장이 연준은 예상보다 금리를 더 올려야 하며 그 결과 경기 침체가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면서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이들의 입에서) 이 같은 지적은 나오지 않았다”고 전했다.
2018년까지 뉴욕연방준비은행 총재를 지낸 윌리엄 더들리 역시 금리 인상이 늦었다는 지적과 함께 경기 침체가 올 것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뉴욕연은은 연준 내에서 공개시장조작을 담당하는 곳으로 뉴욕연은 총재는 연준 내 ‘넘버3’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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