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가 널렸지만 일할 사람은 없는 인력난으로 각국이 몸살을 앓고 있다. 미국에서는 훌쩍 오른 간호사 ‘몸값’ 탓에 병원들이 의료보험료 인상을 요구하고 나섰고 영국에서는 승무원이 부족해 항공사들이 항공기 좌석을 뜯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8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최대 병원 체인인 HCA헬스케어와 유니버설헬스서비스 등은 보험사와 당국에 의료보험 수가를 7.5%에서 최대 15%까지 올려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는 병원 측이 매년 내놓는 수가 인상 범위 4~6%의 2배 수준이다.
이유는 급등하는 간호사 월급이다. 미 보건 컨설팅 업체 프리미어에 따르면 총 11만 6000명에 달하는 미국 간호사의 평균 기본 연봉은 지난해 6월 7만 9172달러(약 1억 90만 원)에서 올해 3월 8만 6674달러(약 1억 1045만 원)로 10% 가까이 껑충 뛰었다. 현재 병원비 수준으로는 간호사 월급 주기에도 빠듯하다는 게 병원 측의 하소연이다. WSJ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격무에 시달린 간호사들이 대거 그만뒀고 이에 따라 병원들이 급여와 근무수당·보너스 등을 앞다퉈 높여 간호사의 몸값이 치솟았다”고 전했다. 결국 심각한 인력난이 병원비까지 끌어올리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영국에서도 임금 인상의 파장이 곳곳에서 일고 있다. BBC방송에 따르면 저가 항공사 이지젯에서는 팬데믹 완화 이후 급증한 항공 수요에도 불구하고 승무원 부족으로 항공기 좌석을 뜯어내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고 있다. 영국 민간 항공기는 좌석 50석당 최소 1명의 승무원을 두도록 규정돼 있다. 이에 따라 승객 156명을 수용할 수 있는 A319 항공기에는 승무원 4명을 둬야 하는데 인력을 채우지 못하자 승무원 3명만으로 운항할 수 있도록 좌석 수를 150석으로 줄이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마저도 임시방편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BBC는 “항공사들은 팬데믹 동안 대량 해고된 직원들을 대체하기 위해 승무원 찾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면서 “앞으로 최대 1년 동안 ‘승무원 모시기’가 최대 과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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