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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취임일 살얼음판 시장, ‘경제워룸’ 만들어 비상플랜 가동하라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10일 금융시장은 축포를 쏘는 대신 살얼음판 장세를 연출했다. 미국 다우지수와 나스닥지수가 1.99%, 4.29% 폭락한 여파로 코스피는 2600선 아래로 떨어졌다. 장중 2% 넘게 급락하다 낙폭을 줄여 14.25포인트(0.55%) 하락으로 장을 마쳤지만 전날 33.70포인트 내린 점을 감안하면 언제든 ‘패닉 장세’로 돌변할 수 있는 형국이다.

미국의 ‘빅스텝(0.5%포인트 금리 인상)’과 한국은행의 추가 긴축 전망은 벌써 실물·금융시장 전반을 폭격하고 있다. ‘돈맥 경화’로 신용 등급 ‘BBB-’의 무보증 회사채 금리는 연 10%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고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7%에 육박했다. 대기업마저 회사채 발행을 줄줄이 연기하며 우량 기업까지 흑자 도산할 판이다.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300원에 이르게 되면 외국인 자금 이탈도 가속화할 것이다. 최악의 경우 2008년 금융 위기 직후에 버금가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수출 환경은 금융시장보다 더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 공급망 대란 장기화 등으로 미국·중국의 성장률은 가파르게 둔화하고 신흥국에는 위기 징후가 팽배하다. 그런데도 신(新)여권은 포퓰리즘 대선 공약에 사로잡혀 코로나19 피해 보상을 위한 35조 원 전후의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에 매몰돼 있다. 지금처럼 정밀한 전략 없이 시간을 허비하면 금융·실물의 동반 위기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윤 대통령은 취임의 샴페인을 터뜨릴 여유조차 없다. 환란 속에 정권을 넘겨 받은 김대중 정부와 같은 심정으로 ‘경제 워룸’을 설치하고 채권시장안정펀드를 비롯한 기업 ‘비상식량’ 확보 등 컨틴전시플랜을 즉시 수립해야 한다. 대통령이 긴장감을 갖고 속도감 있는 대책을 요구할 때 관료들이 움직이고 제대로 된 방안을 선제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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