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의 핵심인물인 남욱 변호사가 자신이 실소유한 천화동인 4호의 설립에 관여한 바가 없다고 법원에 주장한 것으로 파악됐다. 남 변호사는 천화동인 4호의 지분을 넘겨받은 것은 2015년 자신이 구속됐을 무렵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일방적으로 결정한 사항으로, 그 이후부터 대장동 사업에 관여한 바가 없다는 입장이다. 대장동 내부자들이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양상이 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1일 서울경제의 취재를 종합하면 남 변호사 측은 전의이씨 평산종중이 제기한 30억원 약정금 소송의 재판부에 지난 6일 제출한 답변서를 통해 “2015년 5월 구속 상태였기 때문에 엔에스제이홀딩스(前 천화동인 4호) 설립에도 전혀 관여하지 못했고, 화천대유가 발기인으로서 엔에스제이홀딩스를 설립했다는 사실을 사후적으로만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앞서 남 변호사는 2014년 11월부터 대장동 사업과 관련해 수원지검의 수사를 받다 이듬해 변호사법 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됐다.
남 변호사 측은 “(구속 후) 물리적으로 사업에 전혀 관여할 수 없는 상황에서 2015년 6월 성남의뜰 컨소시엄의 주주구성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당시 김씨가 “성남의뜰 자산관리회사(PEV)의 일부 지분을 보유하는 천화동인4호의 주식을 남욱에게 주겠다”며 일방적으로 결정했다는 게 남 변호사 측의 주장이다. 남 변호사 측은 “(김씨의 결정에 대해) 매우 한정적인 정보만을 접견 온 조현성 변호사(천화동인 6호 실소유주)를 통해 전달받았을 뿐, 사업 관련 다른 사항에 관해 내용을 전해 듣거나 관련 서류를 전달받은 사실도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천화동인 4호 설립 과정에서 김씨가 자신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조 변호사가 대신 날인했으며, 천화동인4호 지분도 자신의 명의가 보유하는 것이 아닌 김씨가 설립한 화천대유 명의로 명의신탁할 것을 요구받았다고 전했다.
남 변호사는 앞서 언론 인터뷰와 재판 과정에서 언급한대로 구속 이후부터는 대장동 사업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혐의를 부인해왔다. 답변서에서 “난생 처음으로 수사기관의 강도 높은 수사를 받고 구속까지 된 경험은 매우 큰 충격이었다”며 “앞으로는 절대 수사를 받거나 구설에 휘말리는 일은 없어야겠다고 마음먹어 대장동 사업에 관해서도 보유한 지분 상당의 수익을 배당받는 것 외에 업무에 관여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고 남 변호사는 밝혔다.
남 변호사가 천화동인 4호 설립에 선을 긋는 것은 대장동 사업과 관련한 민·형사상 책임에서 벗어나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 이번 소송의 경우에도 대장동 초기 사업이 엎어지면서 피해를 입은 원주민들이 당시 사업을 주도했던 남 변호사가 이후 천화동인 4호를 통해 천문학적인 이익을 거둔 사실을 뒤늦게 확인하면서 이뤄졌다. 현재 남 변호사 측은 과거 자신이 주도한 판교 PFV가 주도한 대장동 사업과 성남의뜰 PFV가 진행한 대장동 사업은 ‘별개의 것’이므로 원주민들에게 보상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하는 중이다. 하지만 후기 사업에 참여하지도 않았으면서 1000억원이 넘는 배당금을 챙기게 됐는지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답변서에서 남 변호사 측은 대장동 사업의 책임을 김씨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게 돌렸다. 그는 2014년 11월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받게 되자 김씨와 유 전 본부장이 대장동 사업에서 빠질 것을 요구했었다고 한다. 사업에서 사실상 의사결정권을 지닌 두 사람의 요구를 거절할 수 없었다는 게 남 변호사의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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