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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도생의 뉴노멀 시대, 국민의 자강 의지 응집할 정치 리더십 절실” [청론직설]

◆이상현 세종연구소장

北에 올인·中 의식 文정권, 美·日 외교 성적표는 부진

핵우산 강화 등 ‘비핵 3축체제’로 북핵 위협 대응해야

한미 ‘포괄적 전략동맹’ 강화하되 지나친 쏠림은 위험

국익·정체성 최우선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강한 국가’

이상현 세종연구소장이 11일 경기 성남 집무실에서 진행한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각자도생의 뉴노멀 시대”라며 “현명한 리더십과 위기 때 단합하는 국민적 역량 등을 갖춰야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강한 국가로 도약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성남=오승현 기자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북한의 미사일 도발 및 7차 핵실험 가능성, 미중 전략 경쟁 가속화 등으로 어느 때보다 크게 요동치는 외교 안보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가 출범했다. 신(新)냉전 시대에 닻을 올린 새 정부의 외교 안보 정책은 급변하는 국제 정세에 맞춰 유연하게 대응하면서도 원칙을 지키는 균형 감각이 절실하게 요구된다.

외교 안보 분야의 대표적 싱크탱크 수장인 이상현 세종연구소장은 11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의 경우 북한에 올인하다 보니 중국을 지나치게 의식했고 대미·대일 외교 성적표는 부진했다”면서 “새 정부는 다양화, 적절한 균형감, 동맹을 중시하되 중견국 네트워크를 강화하면서 외교 지평을 넓혀야 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강조한 ‘한미 포괄적 전략 동맹’ 강화와 관련해서는 “방향은 맞지만 일방적으로 미국을 추종하는 방식은 곤란하다”며 “호혜적 동맹의 틀 속에서 우리의 국익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현명한 리더십과 위기의 순간에 단합하는 국민적 역량 등을 갖춰야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강한 국가로 도약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북핵 문제 해법에 대해서는 “당근과 채찍을 적절하게 섞어가며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제 정세가 요동치면서 경제·안보 복합 위기가 몰려오고 있는데, 현 정세를 진단한다면.

△미중·미러 간 지정학적 경쟁과 코로나19 팬데믹, 기후변화, 사이버 위협 등 신흥 안보 위기가 병존하는 ‘복합적 리스크의 시대’다.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하는 자유주의 진영과 중국·러시아를 위시한 권위주의 진영으로 국제 질서가 재편되면서 신냉전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북미·남북 대화가 단절되고 코로나19로 북한이 자폐적 고립을 선택하면서 한반도는 ‘3중고’에 처해 있다. 하지만 글로벌 리더십은 실종됐고 국제 거버넌스는 퇴조하면서 각자도생의 뉴노멀(New Normal) 시대로 향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에 대해 총평해달라.

△문재인 정부 외교 안보 정책의 키워드는 ‘평화’였다. 얼마나 실현 가능한 목표를 설정했는가, 어떤 성과를 거뒀는가 하는 관점에서 평가해야 한다. 9·19 군사 합의로 남북 간 군사 충돌을 방지하고 처음으로 북미 정상회담을 성사시키는 등 가시적 성과도 있었다. 하지만 북한에 올인하다 보니 다른 외교 안보 이슈에 소홀했던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대표적인 것이 4강 외교다. 북한 문제를 우선순위에 놓다 보니 중국을 지나치게 의식했고 대미·대일 외교 성적표는 부진했다. 북한에 올인한 결과가 좋았으면 긍정적 평가를 받을 수도 있지만 남북 관계는 외려 악화했다. 포트폴리오는 투자뿐 아니라 외교에도 적용되는 개념이다. 외교적 지평을 넓히는 지혜가 필요하다.

-21일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어떤 의제들을 꼭 다뤄야 하는가.

△미국도 국내 정치 상황이 너무 복잡하다. 코로나19 이후 경기 침체가 심화하면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하는 추세다. 이 상태로는 10월 중간선거에서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 미국이 동맹에 신경을 쓸 여유가 없다는 얘기다. 미국의 가장 큰 관심사는 중국이다. 중국과는 전면적 수준의 체제·이념·가치까지 포함한 전략 경쟁을 벌이고 있다. 중국을 견제하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되느냐의 관점에서 동맹의 우선순위를 고려할 것이다. 반면 우리는 새 정부가 미국에 올인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어 한미 관계의 비대칭성이 심화될까 우려된다. 특히 이명박 정부 시절 외교 안보 라인들이 대거 중용되면서 당시의 강경한 대북 정책과 한미 동맹 일변도의 외교정책이 재연될 수 있다.

-한미 간의 ‘포괄적 전략 동맹’을 업그레이드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포괄적 전략 동맹의 업그레이드라는 방향은 맞지만 미국에 전적으로 의존하거나 추종하는 방식은 곤란하다. 상호 존중하는 동맹의 틀 속에서 우리의 국익과 정체성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이상현 세종연구소장이 11일 경기 성남 집무실에서 진행한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스스로를 지킬 의지와 능력, 즉 자강 의지가 중요하다. 국민들의 자강 의지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응집하느냐가 바로 정치적 리더십”이라고 말하고 있다. /성남=오승현 기자


-새 정부가 반드시 다뤄야 할 외교 안보 정책을 꼽는다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갈수록 커지는 것은 사실이다. 미국의 핵우산 강화 방안에 대해 보다 구체적인 협의가 있어야 한다. 또 미국의 신뢰가 구체적으로 담보돼야 우리도 외교적 선택에서 오는 리스크에 대비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했으면 한다. 단적으로 우리 경제에서 중국의 비중은 매우 크다. 그런데 한미 동맹을 내세워 중국 견제에 동참할 경우 중국발 리스크에 미국이 어떻게 보상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협의해야 한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문제도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가 사드 추가 배치를 언급했지만 기존에 배치된 사드를 정상화하는 게 급선무다. 문재인 정부가 주한 미군의 사드 배치와 관련한 환경영향평가를 계속 미루는 바람에 현재도 사드는 정식 배치가 아닌 임시 배치 상태다. 우선 사드를 제대로 운용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데 주력해야 한다.

-북한이 올해 들어 열다섯 차례나 미사일 발사 도발에 나서면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당분간 북한은 핵과 탄도미사일 역량을 계속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2019년 ‘하노이 노딜’ 이후 북미 관계도 안 풀리고 남측에도 기대할 것이 없다 보니 결국 ‘우리 갈 길을 가겠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북한은 지난해 제8차 당대회에서 국방력 5대 과업을 발표하고 이를 실행에 옮기고 있다. 북한이 7차 핵실험까지 감행하면 그들의 핵·미사일 능력을 최종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이 핵·미사일 고도화에 나서면서 한반도에서 군비경쟁이 촉발되고 안보가 위태롭게 되는 상황은 불가피해 보인다.

-비핵화를 위한 바람직한 정책 방향을 제안한다면.

△북한 비핵화는 단계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 북한이 갑자기 핵을 포기할 가능성은 거의 없는 만큼 미국과의 긴밀한 공조를 바탕으로 단계적으로 해법을 찾아가야 한다. 이 과정에서 당근과 채찍을 적절하게 섞어서 접근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당근만 갖고 하려다 실패했다면 반대로 채찍만 갖고 해도 실패할 것이다. 더구나 지금은 북핵의 위상이 달라진 만큼 과거 방식으로 접근하기보다는 시대 변화에 맞게 대처하는 지혜가 절실하다. 쉽지 않은 길이지만 북한의 핵을 없애가면서 ‘비핵 평화 국가’로 가는 길이 유일한 대안이다.

-‘비핵 평화 국가’의 길로 가기 위한 구체적 방안이 있다면.

△북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3축 체제와 별도로 ‘비핵 3축 체제’를 위해 협력하는 방안을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는 확장 억지력, 즉 핵우산 강화다. 한미 양국이 상시적으로 확장 억지 강화 방안을 협의하는 체제를 갖춰야 한다. 둘째, 비핵 억지력 강화다. 최첨단 재래식무기와 정보 감시 역량을 바탕으로 필요시 압도적으로 우세한 재래식 타격을 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해야 한다. 셋째, 국제 공조 강화다. 국제사회와 협력해 북한이 핵을 포기할 수 있도록 압박과 유인을 병행해야 한다. 무엇보다 우리 스스로를 지킬 의지와 능력, 즉 자강 의지가 중요하다. 국민들의 자강 의지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응집하느냐가 바로 정치적 리더십이다.

이상현 세종연구소장


-미중 전략 경쟁 국면에서 대중 외교는 매우 어려운 과제가 될 것 같다.

△현재 미국과 중국이 격돌하고 있는 사안들은 대부분 제로섬 성격의 이슈들이어서 우리로서는 불가피하게 한쪽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선택을 미룰수록 워싱턴의 시각은 악화될 수밖에 없다. 중국과 가까워진다고 해서 중국 측이 우리를 보는 시각이 좋아지는 것도 아니라는 게 딜레마다. 이런 상황에서 전략적 모호성을 지속하면 양쪽에서 냉대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한국이 미국의 핵심 동맹국으로서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는 것은 당연한 선택이지만 맹목적 추종이 아니라 국익에 따른 선택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체제 및 가치가 유사한 미국이 우리의 원칙과 정체성에 부합하기 때문이라는 점을 명확히 하면서 외교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 특히 외교적 선택에는 공짜가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우리의 국익을 지키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며 선택에는 비용이 뒤따른다는 사실도 받아들여야 한다. 다만 중국과 솔직하고 상시적인 대화·협의 채널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우리가 주권적 입장을 일관되게 견지할 때 중국은 불만스럽더라도 한국을 존중하게 되고 우리의 외교적 자율성도 커질 것이다.

-훼손되고 경색된 한일 관계를 복원할 방안이 있다면.

△단기간에 복원할 묘안은 없는 만큼 쉬운 것부터 실행에 옮기는 정공법이 필요하다. 일본 수출 규제에 대한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철회하고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을 연장하는 것 등이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다.

-21세기에 맞게 대한민국의 국력과 국격을 높여야 한다는 요구들이 나오는데.

△다중적 리스크 및 불확실성이 심화하면서 21세기의 국력은 ‘리질리언스(resilience·탄력적 회복력)’에 의해 좌우된다. 하지만 우리가 맞닥뜨린 현실에는 정치의 양극화, 외교 안보의 북한 편중, 경제의 높은 대외 의존도 등 탄력성을 저해하는 요소들이 많다. 정치·경제체제의 견실함과 현명한 리더십, 위기의 순간에 단합하는 국민적 역량, 현실 진단과 미래 예측을 제대로 하는 전략적 마인드 등을 갖춰야 탄력적 회복력을 키울 수 있다. 그래야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강한 국가로 도약할 수 있다.

◆He is…

1960년 부산에서 태어나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일리노이주립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국제관계연구소와 한국국방연구원을 거쳐 이명박 정부 시절 외교통상부에서 정책기획관을 지냈다. 세종연구소에서 연구기획본부장과 미국연구센터장을 역임했으며 스웨덴 스톡홀름 안보개발정책연구소와 미 워싱턴DC 스팀슨센터 등에서 각각 객원연구원과 방문연구원으로 활동했다. 2021년 6월부터 제11대 세종연구소장을 맡아 통일 외교 안보 정책 연구 및 개발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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