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성공한 연예인과 운동선수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우선 본인의 자질도 뛰어나지만 성공을 위해서 엄청난 노력을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들 뒤에는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뒷바라지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연예인은 자신의 본업에만 전력을 다할 수 있도록 본업 이외의 일들은 연예 기획사의 매니저들이 다 보살펴 준다. LPGA의 한국 여자 골프 선수들도 부모님들의 전폭적인 헌신을 바탕으로 성공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화려한 시절을 보낸 연예인과 운동선수의 말년이 행복으로 끝나지 않는 경우도 많다. 한 예로 박종환 감독은 1983년 청소년 축구 선수권대회에서 대한민국을 4강에 올려 놓은 명장이다. 그런 박종환 감독의 현재 인터뷰 내용은 다음과 같다. “누가 보면 화려할 것 같지만 정말 비참하게 살았다. 친한 친구, 선배 7~8명에게 돈을 빌려줬다. 몇천만 원이 아니고 있는 걸 다 줬다. 한 푼도 못 받고 다 줬는데 얼굴도 못 보는 신세가 됐다. 지금은 전국을 돌며 떠돌이 생활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인감도장의 중요성을 모르고, 매니저나 가족에게 맡겨서 곤욕을 치르는 연예인도 많다. 이들이 본업에만 집중하고, 어떻게 생활해야 되는지에 대해서는 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우리 국민 모두가 연예인이고 운동선수다. 아니 우리의 자녀들은 ‘공부선수’다. 자식들의 교육을 위해서 부모들은 엄청난 희생을 하면서 자녀 교육에 올인하는 집이 많다. 자녀가 공부를 잘해서 좋은 대학에 가는 것이 집안의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자녀는 공부에만 집중하고, 부모는 나머지 모두를 챙겨 주는 매니저의 삶을 살고 있다. 이것은 ‘교육열’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다.
연예인 같은 보호를 받으며 자란 사람들이 결혼한 가정은 어떨까. 손에 물 묻히는 일은 하지 않고, 상대로부터 대접받으려고만 할 것이다. 결혼하면 연예인으로서의 삶을 살 수 있는 게 아니라 매니저의 삶을 살아야 한다. 회사에서도 지속 가능 경영이 화두인데 이런 가정을 지속 가능하게 경영할 수 있을까.
연예인처럼 성장한 사람들로 구성된 회사는 어떨까. 공정성에는 엄청 예민해서 조금도 손해 보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또한 모두 다 빛나는 일만 하려 하고 궂은일은 하지 않으려고 할 것이다. 대기업 인사 담당자에게 들은 얘기다. 신입 사원의 부모가 전화를 했는데 우리 아이는 회사에서 더 중요한 일을 해야 될 사람이니 더 영향력이 큰 부서로 바꿔 달라는 얘기를 했다고 한다. 스타플레이어로만 구성된 스포츠 팀이나 조직은 잘 돌아가지 않는다.
우리의 젊은 세대를 연예인이 아니라 매니저 역할도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인간으로 키워야 할 것이다. 회사와 국가가 잘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조직을 위해서 헌신할 수 있는 숨은 영웅이 더 많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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