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다시 서울시장을 맡으면 윤석열 정부와 상당한 시너지가 있을 것입니다. 서울시의 주택 공급이나 복지 정책 하나하나가 중앙정부와 호흡이 맞지 않으면 준비조차 할 수 없는 것들이 많습니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는 11일 서울시청 집무실에서 서울경제와 만나 시장에 다시 당선되면 윤석열 정부와 협업해 서울시 현안을 신속하게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 시장은 지난 정부에서 재건축 등 부동산 정책을 펼칠 때 재건축 초과 이익 환수나 안전진단 완화 등에서 엇박자가 나 아쉬움이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정부에서는 부동산 정책은 물론이고 기획재정부·보건복지부 등 필요한 부분에 있어 정부와의 협조가 원활히 이뤄질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그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와 호흡이 잘 맞는 편”이라며 “국토부와의 협조는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대통령과도 이야기가 잘 통하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오 시장은 윤 대통령이 대선 후보이던 시절부터 수차례 만나왔다. 그 과정에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김성보 서울시 주택정책실장 등 서울시 공무원을 파견하는 선례를 만들기도 했다. 그는 “인수위에 서울시 주택 책임자가 들어가 새 정부 주택 정책의 골격을 짜고 싶다고 말씀드리니 그대로 수용됐다”고 전했다.
오 시장은 서울의 도시 경쟁력을 복원해 ‘글로벌 톱5’ 도시로 진입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오 시장은 “전임 시장에게는 도시 경쟁력을 향상시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개념 자체가 별로 없었던 것 같다”며 “도시 경쟁력은 나날이 낮아지고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도 굉장히 빈약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2008~2014년에 평가된 글로벌도시지수와 2015년 이후의 글로벌도시지수를 종합해 비교하면 서울의 글로벌 경쟁력은 오 시장이 재임했던 2008년 9위에서 2021년 17위로 하락했다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도시 경쟁력 향상은 청년 등의 양질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것이라는 게 오 시장의 구상이다. 그는 “‘서울 비전 2030’에서 제시한 ‘계층 이동 사다리 복원’과 ‘도시 경쟁력 강화’ 계획에 따라 서울 시정을 바로잡는 작업이 이제 시작됐다”며 “시민들께서 다시 4년의 기회를 주신다면 서울을 완전히 바꾸는 데 제 모든 것을 걸겠다”고 밝혔다.
오 시장이 4선에 성공하면 생활 밀착형 정책도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의 332㎞ 지천에 수변 테라스 카페 등을 조성해 시민들이 일상에서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드는 정책으로, 이미 홍제천·정릉천·도림천에서 시범 사업이 시작됐다. 오 시장은 “관광지에 가보면 물가가 잘 활용되고 있는데 우리는 홍수가 나서 활용이 안 됐다”며 “332㎞ 지천이 대부분의 자치구에 있는데 시범 사업이 완료되면 이렇게 바뀌겠구나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 시장은 또 전날 개방된 청와대 활용 방안도 구상하고 있다. 그는 “지금은 개방 초기이니 지켜보는 단계”라며 “지금 형태로 이용할지, 문화 예술 시설을 넣을지 연구해볼 것”이라고 했다.
임대주택 고급화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오 시장은 임대주택에 고품질의 주택이라는 패러다임을 도입하겠다고 결심하고 평형을 1.5배로 넓혔다. 또 분양주택과 똑같은 품질의 자재를 쓰고 아일랜드 주방과 같은 거주민의 만족도가 높은 시설도 구비했다. 연장선상에서 청년주택도 사이즈를 늘려가고 있는 상황이다. 오 시장은 “임대주택도 타워팰리스처럼 느껴지는, 고품질의 살고 싶은 주거 공간으로 만들어드리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 시장은 최근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국무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검수완박’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할 것을 건의해 주목을 받았다. 그는 당시 “‘검수완박’법 개정안은 ‘범죄 피해자 방치법’이자 ‘범죄자 보호법’이 될 것”이라며 문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촉구했다. 오 시장은 “그때 발언 내용이 면전에서 하기는 수위가 높았다”며 “그런데 진심이었다. 검찰 수사권 박탈이 서민들의 삶에 도움이 되는 게 아니라 서민들은 범죄 피해를 입고도 방치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경쟁자인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에 대해서는 윤석열 정부를 공격하는 데 주력하고 서울을 위한 정책은 없다고 혹평했다. 오 시장은 “인터뷰나 페이스북 글을 보면 다 윤석열 정부를 공격하는 내용”이라며 “서울시를 위한 비전이나 서울시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정책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목표가 정치에 있지 서울 시민들의 행복에 있지 않다”며 “정치 시장과 서울 비전 시장의 대결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오 시장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두 자릿수로 앞서고 있다. 그럼에도 승부를 보수적으로 전망하며 열과 성을 다하겠다는 자세를 나타냈다. 그는 “끝까지 지지율 격차가 유지되는 선거는 없다”며 “결국은 5% 안쪽으로 들어오는 박빙의 승부가 될 것”이라고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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