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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무정부' 스리랑카, 7년만기 국채 단돈 37센트

지난11일(현지시간) 스리랑카 콜롬보에서 정권퇴임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시위를 막기 위해 군인들이 장갑차를 이용해 거리를 순찰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극심한 경제난과 이에 따른 정치적 혼란을 겪는 스리랑카가 사실상 경제적 무정부 상태에 빠졌다. 국채 가격이 역대 최저인 달러당 30센트 대로 하락하며 사실상 휴짓조각으로 전락한 가운데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 지원도 지연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스리랑카의 2029년 만기 국채 가격이 달러당 4센트 하락해 역대 최저인 37센트를 기록했다고 12일 보도했다. 시장에서 스리랑카의 채무이행 능력을 그만큼 낮게 평가한다는 의미다.



스리랑카는 앞서 4월 18일 2023년과 2028년 각각 만기가 되는 총 12억 5000만 달러의 국채의 이자 지급일을 놓쳤다. 당시 2023년 만기 채권이자는 3600만 달러, 2028년 만기 채권 이자는 4220만 달러였다. 시장에서는 한 달의 유예기간이 지나도 스리랑카가 국채 이자를 지급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글로벌레이팅스는 지난달 스리랑카의 국가 신용등급을 CC에서 '선택적 디폴트(SD)'로 낮췄다. 채무불이행 바로 윗 등급이다.

그나마 경제에 숨통이 될 것으로 기대됐던 IMF의 구제금융 시행도 극심한 정치 혼란 때문에 미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퇴진 압박에 시달리는 고타바야 라자팍사 스리랑카 대통령은 전날 대국민TV연설을 통해 "이번 주 내로 의회 다수 신임을 받는 새 총리를 임명할 계획"이라며 "대통령의 권한을 의회로 대부분 분산하기 위한 헌법 개정도 추진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현재 스리랑카는 9일 대통령의 형인 마힌다 라자팍사 총리가 여론에 밀려 사임한 뒤로 총리직과 내각이 공석이다. 대통령 연설은 국가가 무정부 상태로 추락하는 것을 막기 위한 선언이었지만, 스리랑카 안팎에서는 거센 퇴진 요구 시위에 정작 라자팍사 대통령의 거취 자체도 불투명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리서치업체인 텔리머의 페트릭 커런 이코노미스트는 "누가 재정 분야의 키를 쥐고, 협상을 하고, 개혁을 추진할 것인지가 명확하지 않다면 IMF와의 협상은 난항을 겪을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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