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12일 당내 성 비위 사건으로 충남 천안을을 지역구로 둔 박완주 의원을 제명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양승조 충남지사 후보의 선거 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해 사죄 인사부터 해야 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또 다시 성 비위 문제를 맞닥뜨린 민주당은 당헌·당규를 개정하는 등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민주당은 이날 국회에서 긴급 비공개 비상대책위원회의를 열고 박 의원 제명의 건을 의결했다. 신현영 대변인은 “당내 성 비위 사건이 발생해 당 차원에서 처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보좌진협의회도 입장문을 통해 “제보를 받은 당내 성 비위가 더 있다”고 밝혀 논란은 더욱 확산할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은 여러 차례 성 비위 문제로 여론의 지탄을 받아왔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는 비서 성폭행 사건으로 실형이 확정돼 수감 중이다. 또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강제 추행 혐의로 시장직을 사퇴한 데 이어 박원순 전 서울시장은 비서 성추행 혐의로 고소당한 후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이 ‘피해 호소인’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국민적 분노를 사기도 했다. 최근에도 최강욱 의원이 비공개 온라인 회의에서 성희롱성 발언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윤리심판원의 조사를 받고 있다.
지방선거 국면에서 재차 성 비위 문제가 불거지자 민주당의 위기감은 고조되고 있다. 한 수도권 중진 의원은 “충격적이고,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고 생각한다”고 유감을 표명했다. 그러면서도 “어떤 환경에서든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박 의원에 대한 강도 높은 징계와 신속한 대처를 강조했다. 익명의 비대위원은 “지방선거에 악재일 수 있지만 최선의 선택이었다”며 “신고가 들어온 지 얼마 안 돼 바로 절차에 따라 윤리감찰단 조사가 이뤄졌고 그에 따른 징계 결정”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당내 최고 징계 수준인 제명을 단행한 데 이어 국회 차원의 징계도 요청할 예정이다. 이 경우 의원직 제명도 가능하다.
박지현·윤호중 공동비대위원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당내 성비위를 막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또 사고가 터졌다”며 허리를 숙여 사과했다. 2차 가해에 대한 고발 조치와 피해자 법적 지원 및 재발 방지를 위한 당헌·당규 개정도 약속했다. 박 위원장은 “지방선거 유불리를 따지지 않고 젠더폭력상담신고센터를 통해 성비위 제보에 대한 조사와 징계를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