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갑자기 예산 편성권을 정부에서 국회로 이관하자고 주장했다. 헌법상 예산의 편성권은 정부가, 심사권은 국회가 갖고 있는데 시스템 자체를 바꾸자는 것이다. 윤호중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11일 입법 토론회에서 “예산 편성권이 국회로 오지 않으면 국민을 대신해 세수 관리와 예산 집행을 견제하고 감시할 수 있는 힘이 국회에 없다”고 강변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도 예산 편성·심의와 관련해 “국회가 완전히 들러리를 서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은 기획재정부 예산실을 국회로 이관하고 예산안 편성 단계부터 국회 심의를 거치는 방안까지 추진하고 있다.
헌법 제57조는 “국회는 정부의 동의 없이 정부가 제출한 지출 예산 각 항의 금액을 증가하거나 새 비목을 설치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나랏돈을 제멋대로 쓰는 정치권의 포퓰리즘을 막기 위해 예산 편성권을 행정부에 부여한 것이다. 이는 삼권분립에 따른 견제와 균형의 장치다. 민주당은 문재인 정권 5년 동안 표심을 얻기 위해 정부를 압박하며 예산안을 증액한 것도 모자라 헌법상 보장된 정부의 예산 편성권마저 부인하는 주장을 서슴지 않고 있다. 국회의 퍼주기 입법 등의 영향으로 확정 국가 채무에 연금 충당 채무까지 포함한 국가 부채는 지난 5년 동안 763조 원이나 늘어 2196조 원에 달했다.
민주당은 여당일 때는 가만있다가 거대 야당이 된 지 하루 만에 태도가 돌변해 예산 편성권 변경 카드를 꺼냈다. 압도적 과반 의석을 내세워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에 이어 또다시 새 정권 발목 잡기에 나섰다고 볼 수밖에 없다. 예산 편성권 변경은 백년대계 차원에서 검토돼야 할 중대한 문제다. 민주당의 주장처럼 헌법 개정까지 밀어붙일 경우 국정 혼란과 국력 낭비가 불가피할 것이다. 우리 국회가 예산 편성권까지 가지려면 충분한 역량과 도덕성을 확보해 신뢰를 얻는 일부터 선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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