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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태종 이방원' 주상욱이 감당한 왕좌의 무게

KBS 대하사극 '태종 이방원' 주상욱 인터뷰

동물 학대 논란으로 몸살

"부담감 느꼈지만 끝에는 무게감 얻었죠"

'태종 이방원' 주상욱 / 사진=HB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 주상욱이 6년 만에 부활한 정통 사극의 타이틀롤에 도전했다. 큰 부담감을 안고 시작한 작품이지만, 대본 연구의 방향성, 호흡과 발성 등 얻은 것도 많았다. 자신의 한계를 넘어선 주상욱은 '태종 이방원'에서 얻은 무게감을 통해 앞으로 더 성숙한 연기를 펼치게 됐다.

KBS 토일드라마 '태종 이방원'(극본 이정우/연출 김형일)은 고려라는 구질서를 무너뜨리고 조선이라는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가던 여말선초(麗末鮮初) 시기, 누구보다 조선의 건국에 앞장섰던 리더 이방원의 모습을 새롭게 조명한다. 이방원은 태조 이성계의 다섯째 아들로 조선 500년의 기틀을 닦은 제3대 왕이다. 뛰어난 두뇌와 날카로운 판단력을 가졌으며 자신과 가문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가차 없이 칼을 휘두르는 냉철함을 가졌다. 그러나 그토록 염원했던 조선이 건국됐을 때 이성계는 이방원을 철저히 배제시켰고, 이방원은 끓어오르는 분노와 좌절감으로 담금질 돼 절대 권력을 쟁취하기 위해 형제들에게 칼을 빼 든다.

'태종 이방원'은 6년 만에 KBS 전통 사극의 부활을 알린 작품. 주상욱은 오랜만에 나온 전통 사극의 주연으로 발탁되면서 부담감이 컸다고 토로했다. 주인공의 책임감에 두려움과 걱정이 더해졌다고.

"기존에 전통 사극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쟤가 왜 나와?'라고 반응하실까 봐 두려웠어요. 처음이라는 부담, KBS 입장에선 우려가 있었죠. 그래도 처음 해보는 장르에 도전한다는 것에 대한 기대가 있었습니다. 또 전통 사극의 무게감을 갖고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도 좋았어요. 제 연기 인생에 큰 역할인 셈이죠. 지금은 이 작품을 안 했으면 어쩔 뻔했나 싶어요."(웃음)

주상욱은 드라마 '대군-사랑을 그리다', '선덕여왕' 등을 통해 사극 연기를 경험한 바 있다. 그러나 전통 사극은 기존의 사극 연기와는 결 자체가 달랐다. 발성부터 호흡까지 묵직하게 끌고 가야 됐다.

"방송하기 전에 발성 때문에 고민이 많아서 연습을 굉장히 많이 했어요. 대본을 이렇게 많이 본 게 처음일 정도로요. 당연히 이렇게 연습했어야 됐는데, '난 왜 그동안 이렇게 안 한 걸까'라는 생각이 들었죠. 확실히 대본을 많이 보니까 다르더라고요. 대사량, 발성, 호흡을 외워서 숙지했어요. '태종 이방원' 이후 드라마 '환혼' 촬영을 했는데, 거기서 오히려 현대극 말투가 안 나와서 고생했죠."(웃음)

'태종 이방원' 스틸 / 사진=몬스터유니온


주상욱은 '태종 이방원'이 왕인 태종 모습보다 인간 이방원의 삶을 조명한다는 점에 매료됐다. 그간 숱한 드라마에서 이방원의 일대기를 그렸으나, 이방원이 자체를 다루면서 그의 인간성과 깊은 고뇌를 보여준 드라마는 드물었다. 이방원의 시선에서 사건이 전개된다는 점도 주상욱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 중 하나였다.

"그동안 작품에서 이방원은 주로 주변 인물로 등장했어요. 대본을 처음 봤을 때 드라마가 나아갈 방향이 이방원이라는 인물이라는 점이 좋더라고요. 한 부분이 아니라 그 사람의 인생을 다루는 거라 신선하게 다가온 거죠. 감독님이 처음에 작품 제목을 '태종 이방원'이 아니라, 그냥 '이방원'으로 할까 고민하셨어요. '이방원'이라고 하면 그 사람 같고, 태종이 들어가면 왕 같잖아요. 결국 제목에서 태종을 작게 쓰고, 이방원을 크게 쓰는 걸로 결론이 났죠. 그 정도로 한 사람의 인생을 그리고 싶었습니다."

캐릭터를 잡는 과정도 인간적인 부분에 초점을 맞췄다. 주상욱은 기존 이방원을 연기했던 선배들의 무게감과 카리스마에는 따라갈 수 없을 거라고 결론을 내리고 새로운 이방원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인간적인 면모를 앞세우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카리스마를 보여주거나 무게를 잡았으면 안 됐을 거예요. 감독님이 원한 것도 인간적인 이방원이었죠. 처음에는 왕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없었고, 다른 길을 가고 싶었지만 선택의 순간에서 고뇌하는 부분이 있는데, 그런 심리를 잘 표현하려고 했어요."

"이방원의 삶을 보면서, 불쌍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아마 전 그런 삶은 못 살 것 같아요. 아무리 이루고자 하는 바가 있고, 권력 욕심이 있어도 가족들을 저버리기 쉽지 않잖아요. 개인이 아닌, 나라를 위해 그렇다고 표현되지만, 너무 괴로웠을 것 같아요. 외롭고 고독하고 우울한 삶이지 않았나 싶어요."



한 인물의 청년기부터 노년기까지 연기한다는 건 주상욱에게도 특별한 일이었다. 그는 "앞으로 이런 기회가 또 있을까 싶다. 그래서 이 작품을 한 게 더더욱 영광"이라며 "젊었을 때와 나중을 다르게 표현했는데, 나이를 먹을수록 무게를 더했고 말투도 바꾸었다. 시간이 지나고 사건들이 점점 쌓이면서 정점에 달하는 서사를 정확하게 표현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철저히 고증했다는 점도 '태종 이방원'을 특별하게 만드는 지점이었다. 이방원이 정몽주를 선죽교에서 죽이는 장면을 대낮에 그린 것도 철저히 고증에 따른 것이다. 주상욱은 이런 작은 디테일에서 자부심을 느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이방원이 정몽주를 밤에 죽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실제로는 낮에 사람들이 다 보는 앞에서 죽였다고 하더라고요. 저희 작품이 짧게 포인트만 잡고 넘어가서 그렇지, 고증은 진짜예요. 어디다 내놔도 손색이 없을 정도죠. 저도 거기에 발맞춰서 최대한 비슷하게 하려고 했어요."

전통 사극의 무게감 만큼 현장 분위기도 엄숙했다고. 진지하고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연기를 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는 젊은 배우인 이태리, 김민기가 그런 분위기에서 자유롭게 연기를 했다며 앞으로 대성할 거라고 칭찬하기도 했다.

"촬영할 때 분위기는 진지한데, 현장 분위기는 최고였어요. 이렇게 배우들과 다 같이 친하게 지내는 건 처음이었죠. 보통 드라마 현장에서 배우들은 자주 만날 시간이 없고, 이동 시간이 있어서 밥 한 끼 먹는 정도예요. 그런데 '태종 이방원' 현장은 지방에서 숙박을 같이 하니까 이야기를 정말 많이 할 수 있었어요. 다 같이 야외에서 밥을 해 먹기도 할 정도였습니다."(웃음)

"저보다 나이가 많은 선배들이 있는 현장은 이번이 처음이었어요. 어느 순간부터 현장에 가면 스태프를 포함해 저보다 다 어렸거든요. 그런데 여기는 몇 백 명의 스태프가 모여도 제 나이가 뒤에 있더라고요. 막내가 81년생이었으니까요. '내가 선배야'라고 말하려면 김영철 선배님 정도는 돼야 해요."



'태종 이방원'은 동물 학대 논란으로 인해 한차례 몸살을 앓은 바 있다. 시청률과 화제성 면에서 상승 곡선을 그리던 작품은 해당 사건으로 한 달 동안 결방하면서 그 호흡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사건 이전의 시청률을 찾았지만, 아쉬운 지점이다.

"동계 올림픽과 맞물려서 한 달을 쉬었어요. 저는 '어떻게 될까?'라는 마음으로 기다렸죠. 괴로운 시간이었어요. 제가 직접적으로 한 건 아니지만, 또 저랑 아예 관련이 없는 일은 아니잖아요.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면서 시간이 흘러갔습니다."

이렇게 '태종 이방원'을 마무리한 주상욱은 쉬면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촬영하면서 살이 많이 빠졌다"는 그는 운동을 하면서 다음 작품을 기다릴 예정이다. 그는 "감당하기 힘든 극한의 연기에 도전하고 싶다. 단순하지 않고 어려운 연기"라며 "대사 준비도 많이 해야 되는 작품이면 좋겠어요. 뚜렷한 장르물도 괜찮을 것 같고, 강력하고 묵직한 작품을 기다리고 있다"고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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