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동남아시아 경제 발전과 국방 강화 등 분야에 총 1억5000만달러(약 1930억원)를 투자한다. 동남아에서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
기후 대응·인프라 확충 등 ‘패키지’ 지원
미 백악관은 12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개최된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정상회의에 앞서 현지 인프라 확충과 기후변화 대응, 해양 안보 강화 등 분야를 총 망라한 ‘패키지’ 동남아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해 10월 바이든 정부가 동남아에 1억200만달러(약 1310억원)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한 뒤 7개월 만에 추가 투자에 나선 것이다.
이번 조치는 동남아에서 경제·군사적 보폭을 넓히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분석했다. 미국의 한 당국자도 “바이든 정부 내에서 (중국에 대응하기 위해) 동남아를 주목해야 한다는 인식이 퍼져 있다”고 전했다.
바이든 정부는 지난해 초 출범 이후 중국에 대응한 인도-태평양 전략으로 미국과 일본·인도·호주가 포함된 4자 안보 협의체 ‘쿼드’에 집중해왔다. 그러다 보니 쿼드 내부에서도 바이든 정부가 동남아에 쏟는 관심이 상대적으로 덜하다는 우려가 제기됐다고 FT는 전했다.
해양 강화에 6000만달러 투자 “中과 ‘영유권 분쟁’ 대응"
바이든 정부가 이번 투자 계획에 동남아 해양 경비 강화 목적 예산 6000만달러(약 773억원)를 포함해 중국과 남중국해 영유권을 둘러싸고 분쟁을 벌이고 있는 현지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는 차원이라는 해석이다. 아세안 국가들이 불법 조업 대응 등 해양 법집행 역량을 높일 수 있도록 돕겠다는 것이다.
베트남과 필리핀·말레이시아 등 일부 아세안 국가들은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영토 분쟁을 벌이고 있으며 중국의 불법 조업에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그러나 이런 마찰 요인에도 불구하고 아세안 국가들 가운데에서는 경제적으로는 중국과 매우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나라가 적지 않다. 중국은 작년 11월 코로나19 퇴치와 경제 회복 가속화 명목으로 아세안 국가들에 향후 3년 간 15억 달러(약 2조원)의 지원을 약속하는 등 아세안 국가들에 공을 들이고 있다.
미 행정부 고위 관리는 이와 관련해 기자들에게 “동남아시아에서 우리의 역량을 증대할 필요가 있다”며 “이 지역 나라들에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선택하길 요구하는 게 아니라, 미국이 이들과 더 확고한 관계를 추구한다는 것을 분명히 하길 원한다”고 말했다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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