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한 동물원에서 사육하던 낙타가 병들어 죽자 사체를 토막 내 맹수에게 먹이로 제공한 사실이 드러났다. 특히 해당 동물원은 코로나로 운영이 어려워지자 사육장에 동물을 방치해 논란을 빚은 곳이다.
13일 대구지검 서부지청 형사1부는 지난달 31일 동물원 대표 A씨를 동물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해 2월 종양이 생긴 낙타를 치료 없이 방치해 죽게 하고 사체를 톱으로 해체해 자신이 운영하는 다른 동물원에서 먹이로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2019년 문을 연 이 동물원은 50여종의 동물을 사육하다 코로나를 이유로 약 1년 만에 문을 닫았다. 특히 지난해에는 먹이나 물도 주지 않은 채 오물이 쌓인 사육장에 동물을 방치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동물보호단체 비글구조네트워크(비구협)와 JTBC 보도 등에 따르면 이 동물원은 2년 전 낙타가 폐사할 당시 사육사에게 직접 사체를 처리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동물원의 동물이 폐사하면 지방자치단체에 신고한 뒤 전문 업체를 거쳐 처리해야 한다.
당시 지시를 받은 사육사는 JTBC를 통해 “(대표는) 주말 장사를 해야 하기 때문에 사체를 치워야 한다”면서 토막난 사체를 호랑이 먹이로 주라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육사는 “친구 같은 존재여서 토막을 냈다는 것에 대해 정신적으로 트라우마를 많이 받았다”며 “동물 쪽으로 일을 하고 싶지도 않고 다시는 이 길을 못 걷겠다”고 전했다.
현재 동물원 낙타 우리에는 폐사한 낙타 뼈가 그대로 방치된 상태다. 특히 죽은 낙타의 뼈와 배설물이 함께 뒹구는 이 우리에는 영양 상태가 좋지 않아 보이는 낙타 한 마리가 지내고 있다.
이에 비구협은 “낙타 구조를 위해 동물원 측과 협상을 시도했다”며 "기존 폐쇄된 동물원 자리에 방치되고 있는 낙타에 대한 구조를 위해 대구시청과 환경부에 건의하여 법률적, 행정적 압박이 이뤄지게 하겠다"고 입장을 냈다.
한편 해당 동물원은 긴팔원숭이 등 국제적멸종위기종을 무단으로 사육한 사실도 추가로 밝혀진 가운데, 검찰은 A씨에 대해 관련 내용과 함께 낙타의 숨이 끊어져 간 과정과 사체 처리 방식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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