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 칠 때 떠나겠다는 각오입니다.”
지난해 여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통산 7승째를 올린 뒤 오지현(26·대방건설)은 ‘깜짝 발표’를 했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뛰는 김시우(27)와 결혼을 전제로 교제하는 사이라고 밝힌 것. 오지현은 13일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 1라운드를 마친 뒤 결혼에 대한 물음에 “올겨울로 날짜를 잡았다”고 밝혔다.
결혼 뒤 선수 생활에 대한 계획은 어떤 걸까. 오지현은 “아직 투어에 대한 열정이 뜨겁다. 나중에 박수 칠 때 떠나야 한다는 게 지금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날 버디만 4개를 잡아 4언더파 68타를 쳤다. 공동 11위지만 8언더파 선두 송가은과 4타 차라 우승도 기대할 만한 위치다. 경쟁력이 충분한 만큼 박수 받으며 떠날 만한 환경을 만들어가는 데도 자신감이 있다.
4개의 파3 홀 중 3개 홀에서 버디를 잡는 등 아이언 샷 감이 돋보였다. 올 시즌 개막전에서 톱 10에 든 뒤 조금 주춤했던 오지현은 “지난해 잘 쓰고 놔두던 아이언을 이번 대회 다시 들고 나왔더니 좋은 성적이 따라왔다”고 했다.
지난해 도쿄 올림픽에도 나간 김시우는 PGA 투어에서 3승을 올린 강자다. 오지현이 올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퀄리파잉(Q) 스쿨에 응시해 합격하면 부부가 남녀 골프의 ‘메이저리그’를 누비는 시나리오도 가능하다. 하지만 오지현은 “현재로서는 LPGA Q 스쿨에 나갈 계획이 없다. 한때 일본 투어 도전을 준비하다가 이런저런 이유로 포기한 적은 있지만 미국 무대에 대한 생각은 지금은 없다”고 했다. 그는 “국내 투어도 충분히 좋은 무대이고 경쟁력이 높다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예비 남편한테서 골프로 배우는 점도 많다. 오지현은 “오빠가 벙커 샷을 잘한다. 지난 겨울 같이 훈련하면서 벙커 샷을 특히 많이 배웠다”며 “PGA 투어에서 뛰는 선수라 당연히 배울 게 많다. 반대로 제가 무슨 조언을 할 입장은 아닌 것 같다”면서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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