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의 반대로 유럽연합(EU)이 러시아산 석유 금수조치 시행에 실패한 가운데 독일이 EU의 행보와 별개로 금수조치 시행에 나설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1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EU가 차기 제재조치 합의에 실패하더라도 독일은 올 연말까지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중단할 계획이라고 복수의 독일 정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 관계자들은 현재 정부가 대체 석유 공급자와의 협상을 타결시키기 위해 노력중이라며, 앞으로 6~7개월 이내에 남은 수송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가 협상중인 국가가 어느 곳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앞서 독일 경제부는 독일 원유 소비에서 러시아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우크라이나 전쟁 전 35%에서 현재 12%로 급감했다고 설명했다. 통신은 다음주 올라프 숄츠 네덜란드를 찾아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와 셰이크 타밈 빈 하마드 알타니 카타르 국왕을 만날 예정이라며, 이 회담에서 석유 제재와 에너지 안보에 대해 다룰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U는 러시아산 석유 수입을 단계적으로 철폐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까지 공식적인 합의안을 내놓지 못했다. EU가 제시한 방안은 앞으로 6개월에 걸쳐 원유 수입을, 내년 1월 초까지 정제유 수입을 금지하는 방안이다. 다만 러시아산 원유 의존도가 높은 헝가리와 슬로바키아는 2024년 말, 체코는 2024년 6월까지 각각 제재 동참 시기를 유예하도록 했다.
하지만 헝가리가 EU 회원국 전체의 러시아산 석유 수입 금지를 반대하면서 최종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 당시 페테르 시야르토 헝가리 외무장관은 “우리는 현재까지 모든 제재안에 찬성했지만 이번 제재안은 헝가리 에너지 공급의 안보를 파괴할 것”이라며 “EU의 제안으로 인해 야기되는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없는 한 우리는 이 안에 투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산 원유 수입 중단으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할 구체적인 방안을 EU가 제시해야만 금수 조치에 동참하겠다는 것을 분명히 한 셈이다.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도 석유 금수조치는 EU 정상회담에서 논의돼야 한다고 밝힌 상태다. 다음 EU 정상회담은 5월 말에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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