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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굴기' 속도내는 日… TSMC 손 잡고 기옥시아에 수조원 투입

삼성 뒤쫓는 낸드플래시 2위

정부 6조원 지원금 대상 '유력'

TSMC공장 유치, 공급망 안정

美와는 반도체 동맹 강화 이어

자국산업 육성 '3대전략' 완성

"韓에 빼앗긴 영광 탈환" 의지


일본 정부가 세계 낸드플래시 2위의 자국 기업 ‘기옥시아’에 수조 원대의 정부 지원금을 투입할 수 있다는 정황이 포착됐다. 미국과 반도체 동맹을 강화하고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업체(파운드리)인 대만 TSMC 공장을 일본 내에 유치한 데 이어 이번에는 자국 낸드플래시 생산 시설에 대한 대규모 자금 지원에까지 나서며 반도체 굴기를 가속화하는 모습이다. 특히 기옥시아는 세계 1위 삼성전자를 뒤쫓는 기업이라는 점에서 이번 지원 추진은 반도체 분야에서 한국을 누르고 과거의 영광을 되찾겠다는 일본 정부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진 설명




아사히신문은 16일 일본 정부가 반도체 생산 지원 목적으로 조성 중인 총 6000억 엔(약 6조 원) 규모 기금의 지원 대상으로 기옥시아가 선정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정확히는 기옥시아가 이와테현에 내년 봄까지 완공할 계획인 낸드플래시 메모리 반도체 공장이다.

해당 공장은 기옥시아가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 1위인 삼성전자에 대항하기 위해 짓고 있는 곳으로 총사업비만 1조 엔(약 10조 원), 공장 면적은 3만 1000㎡다. 기옥시아는 이곳에서 스마트폰 등의 기억 장치로 쓰이는 낸드플래시 메모리를 생산할 예정이다.

실제로 지원금이 투입될 경우 이는 일본 정부의 국가 반도체 전략의 상징적 조치가 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기옥시아는 1980년대 글로벌 반도체 시장을 휩쓸던 주역인 일본 ‘도시바메모리’가 전신이다. 현재도 도시바가 지분 40%를 보유하고 있다. 기옥시아 지원을 두고 일본이 반도체 분야에서 과거의 영광을 재연하려 한다는 해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일본은 1980년대 시장의 절반가량을 점유할 정도로 세계 반도체 시장을 주름잡았지만 이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경쟁사에 추격당했다. 시장 점유율도 지금은 10%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크게 뒤틀리면서 반도체 ‘품귀’ 현상이 심화했고 이를 이유로 반도체 산업은 미국·유럽 등을 포함해 각국에서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핵심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일본 역시 자국 반도체 역량 키우기에 나서면서 지원 대상으로 기옥시아를 주목하는 셈이다.



기옥시아가 일본 미에현 욧카이치시에 설립한 반도체 생산 공장. 사진 제공=기옥시아


기옥시아는 일본과 미국 간 반도체 동맹의 상징이기도 하다. 기옥시아는 지난달 세계 최대 규모의 메모리 공장 가운데 하나인 미에현의 욧카이치 공장에도 신규 제조 라인을 완공하는 등 생산 능력을 점차 키워가고 있다. 기옥시아는 욧카이치 공장을 짓는 데 투입된 자금 1조 엔을 낸드플래시 4위 회사인 미국 웨스턴디지털(WD)과 공동 부담했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미국과 일본의 반도체 동맹이 이뤄졌다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지원금 투입이 결정될 경우 △미국과의 반도체 동맹 강화 △해외 업체 공장 유치를 통한 공급망 안정 △자국 기업 경쟁력 강화라는 일본 정부의 반도체 육성 3대 전략이 완성된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앞서 TSMC는 1조 엔을 들여 일본 구마모토현 기쿠요마치에 총고용 인원만 1700명인 대규모 공장을 짓는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곳에서 2024년 말부터 12인치 웨이퍼를 매달 4만 5000장씩 생산할 예정이다. 이 공장에서 생산될 반도체는 소니·도요타 등 일본 완성차 업체에 우선 공급될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가장 크다. TSMC와 손잡고 세계적으로 심각한 반도체 확보 경쟁에서 우위를 잡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일본 국회는 11일 반도체 공급망 강화와 관련 첨단 기술 개발을 골자로 한 경제안보법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또 하기우다 고이치 경제산업상은 4일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과의 회담에서 반도체 연구개발(R&D)과 공급망 강화에 양국이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한국과 대만에 뒤처진 첨단 반도체 개발과 양산 분야에서 미국과 협조하기로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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