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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객관적 전속고발제'라는 환상

박효정 경제부 기자


“공정거래 사건에서는 잘잘못을 일도양단으로 가르기가 불가능합니다. 그렇게 갈라버리면 분명 억울한 사람들이 속출할 것입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전속고발제도 개선을 위한 국정과제로 ‘객관적 고발 기준 마련’을 제시하자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같이 지적했다. 국정과제 이행 계획서에는 내년 3월까지 사법 당국의 기소·판결 사례를 분석해 고발 기준을 마련한다는 방법론까지 담겼다. 윤석열 정부가 경제 사건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재계가 우려하는 데 대해 고개가 끄덕여졌다.

죄형법정주의는 명확성의 원칙을 요구한다. 무엇이 범죄인지 사전에 명확히 알 수 있어야 비로소 형벌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경제 사건에는 그 원칙이 적용되기 어렵다. 같은 행위라도 기업의 규모·특성과 시점 등 다양한 요인에 따라 다른 판단이 나올 수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원칙적으로 형사 고발이 아닌 시정 명령과 과징금으로 제재를 내리는 이유다.

그럼에도 새 정부가 ‘사법 당국의 기소·판결 사례’까지 언급하며 공정위에 객관적 고발 기준을 마련하라는 것은 결국 고발 건수를 늘리려는 목적이 아닌가 생각하게 만든다. 국정과제 이행 계획서 속 ‘공정한 경쟁 질서를 현저히 저해하는 행위는 원칙적으로 고발하라’는 표현에서도 ‘공정위가 고발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의 뉘앙스가 읽힌다. 그런데 일본 공정거래위원회가 2010~2018년 4건을 고발하는 동안 우리 공정위 고발 건수는 493건에 달했다.



윤석열 정부의 공정위가 고발 건수를 늘린다면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영향력이 확대되는 쪽은 검찰이다. 더구나 국정과제 이행 계획에는 공정위가 검찰총장과 의무 고발 요청 관련 협력을 강화하라는 내용도 포함됐다. 때마침 서울중앙지검이 공정거래조사부를 역대 최대 규모로 확대했다. 아직 발표되지 않은 공정위의 수장으로는 검사 출신이 거론된다. 검찰 출신 대통령이 당선됐다고 해서 공정위가 검찰을 위한 조직으로 전락하지는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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