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 간 새로운 파트너십을 수립하기 위해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의 이분법을 탈피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의 국익을 효과적으로 반영하기 위해 개방성·포용성·투명성 등 협력 원칙을 토대로 반도체 등 첨단 기술 분야의 파트너십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또 에너지·식량·공급망 등 이른바 ‘3대 벨트’의 협업 체계를 구축해 미래 성장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17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21일 예정인 한미정상회담의 핵심 의제는 경제와 안보로 압축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동맹국 간 경제안보를 강화하기 위해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출범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또 방한 첫 일정을 경기도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으로 정해 공급망 상황을 점검할 예정이다. 윤석열 대통령 역시 전날 국회 시정연설에서 “공급망 안정화 방안뿐 아니라 디지털 경제와 탄소 중립 등 다양한 경제안보에 관련된 사안이 포함될 것”이라고 한미정상회담의 주요 의제를 설명했다.
대외 전문가들은 우리 정부가 한미 포괄적 전략 동맹의 강화를 위해 이분법적 사고를 탈피하고 미국의 최고 협력국이 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민정훈 외교안보연구소 부교수는 “안미경중은 한국의 국익을 효과적으로 반영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반도체·배터리·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 분야는 한국의 미래 성장 동력이므로 한국의 국익을 우선시한 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는 첨단 기술과 전략 산업을 둘러싼 ‘경쟁’과 국제적 문제 해결을 위한 ‘협력’에 있어 미국의 유력한 파트너로 입지를 다지는 것이 필요하다”며 “일본과 호주는 자국의 이해관계를 토대로 대립과 경쟁 측면에서 미국의 조력자로 부각되고 있다. 우리도 미국의 핵심 파트너로 자리 잡는 것이 한미 이익에 모두 부합하게 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를 위해 한미 간 에너지·식량·공급망 등 3대 벨트 구축을 확고히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급망과 관련해서는 IPEF 참여가 필수적이라는 평가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IPEF는 미국이 인도태평양 동맹 체제에서 기술표준을 새로 설정하고 공급망을 그룹화하겠다는 의미”라며 “우리가 배제돼서는 안 되며 미국과 공급망 신규 구축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미 간 원전 협력 강화와 식량 안보를 위한 체인망 구축이 중요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장기화하면서 에너지·식량 수급 불안이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우리가 원전 기술력이 상당히 우수한데 문재인 정부에서는 한미 원전 협력이 잘 풀리지 않았다”며 “글로벌 에너지 협력의 중대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충분히 한미 협업의 접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한미 간 식량 안보에서 공동 대응할 수 있는 체인망 구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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