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윤석열 정부의 반중 전선 참여에 견제구를 던졌다.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16일 박진 외교부 장관과의 상견례를 겸한 첫 화상 협의에서 디커플링(분리)에 반대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면서도 왕 부장은 박 장관을 향해 “지중파 아니냐”며 우호적인 태도를 취했다. 윤석열 정부의 미국 경사에 우려를 표하면서도 한중 간 협력 여지는 남긴 것으로 보인다.
17일 한중 외교부에 따르면 왕 부장은 전날 박 장관과의 통화에서 한중이 영원한 이웃이자 전략적 협력 동반자로 수교 30주년을 맞아 양국 관계가 한층 더 발전해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면서 이를 위해 △양측 고위급 간 소통·조율 △호혜 협력 △문화 교류 △국제·지역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왕 부장은 “양국이 각자의 발전 경로와 핵심 이익, 각자의 문화와 전통·습관을 상호 존중해야 한다”며 “신냉전의 위험을 방지하고 진영 대치에 반대하는 것은 양국 근본 이익에 관련된 것”이라고 피력했다. 미국 주도의 반중 전선에 한국이 가담하지 말 것을 촉구한 것으로 읽힌다.
특히 왕 부장은 ‘호혜 협력’ 대목에서 한중이 “디커플링의 부정적 경향에 반대하고 글로벌 산업망과 공급망을 안정적이고 원활하게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주도의 반중 경제 협의체로 알려진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의 한국 참여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전날 오전 국회 시정연설에서 20일 방한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IPEF를 통한 글로벌공급망(GVC)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할 계획을 언급한 바 있다.
이에 박 장관은 “인류 공동의 가치를 추구하면서 우리 국력에 상응한 역할을 해나갈 것”이라며 “중국 등 국제사회와 협력할 것”이라고 화답했다고 외교부는 설명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전체적으로 1시간 넘게 대화하며 우호적이고 진지한 분위기였다”며 특히 왕 부장이 박 장관에게 “친미파로 불리기도 하는데 내가 보기에는 지중파”라고 했다고 전한다. 이 당국자는 “박 장관에 대해 중국을 많이 이해하는 분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라며 “IPEF에 대한 구체적인 얘기는 나오지 않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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