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한 어린이집이 전문의약품인 독감치료제를 의사 처방 없이 아이들에게 배포하려 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대한약사회가 대응에 나섰다.
17일 대한약사회에 따르면 충북 제천의 한 어린이집은 '맛있는 소아용 독감치료제'를 아이들을 통해 각 가정에 배부하겠다는 메시지를 학부모들에게 보냈다. 이 메시지에는 코오롱제약 '코미플루'(성분명 오셀타미비르인산염)의 사진이 실려 있었다. 이 약은 의사의 처방이 있어야만 하는 전문의약품이다.
이후 학부모 중 한 사람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해당 메시지를 올리며 문제를 제기했다. 이 학부모는 "어린이집에 문의한 결과 '종합사회복지관에서 나눠줬는데 원치 않으면 안 받으면 된다'는 무책임한 소리를 하더라"고 지적했다. 이 학부모는 또 보건소 등에도 문제를 제기했고 곧이어 어린이집으로부터 '독감치료제 배부 취소 안내' 공지를 받았다고 적었다.
코오롱제약 코미플루는 '타미플루'로 알려진 독감 치료제와 동일한 성분의 복제약이다. 인과관계는 불분명하지만 약물을 복용한 소아·청소년 환자에게서 경련이나 과다 행동, 환각, 초조함, 떨림, 갑작스럽게 인지기능이 떨어지는 섬망 등의 이상반응이 나타날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약사회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학부모를 중심으로 문제가 제기돼 현재는 약품의 배포가 중단된 상태"라며 "회사에도 기부 의약품의 조속한 회수 등 긴급 후속 조치를 요구했다"고 말했다. 약사회가 코오롱제약에 확인한 결과 이 약은 이 회사가 지난 4월 한국사랑나눔공동체에 해외기부 목적으로 기부한 1만5000개 중 일부다. 회사 측은 한국사랑나눔공동체 측에 정확한 배포처를 확인하고 있다.
약사회는 제약사와 기부단체·어린이집 등을 대상으로 사실관계를 파악한 뒤 위법행위가 확인될 경우에는 고발 조치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의약품을 기부할 때도 의사나 약사 등 전문가에 의해 관리가 이뤄질 수 있도록 기부 및 투약 시스템 개선을 관련 부처에 요구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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