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이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지분 40%가량을 증시 상장을 통해 민간에 매각해야 한다고 밝혔다. 기업공개(IPO)로 가덕도신공항 건설, 인천공항 확장 등의 재원을 확보하는 한편 공기업에 민간의 창의성과 자율성을 수혈하겠다는 논리다.
17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김 실장은 자신의 저서를 거론하며 “인천공항공사 지분 40% 정도를 민간에 팔 의향이 있느냐”는 박찬대 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그랬으면 좋겠다”며 “운영권을 민간에 넘기는 게 아니고 한국전력처럼 지분은 우리(정부)가 갖고 경영은 정부가 하되 지분 30~40% 정도를 민간에 팔자는 것”이라고 답했다.
박 의원이 “대표적인 사회간접자본(SOC)은 공익을 위해 정부가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이익의 40% 이상을 민간에 넘기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하자 김 실장은 소유권을 민간에 넘기는 민영화와는 다르다고 구분 지었다. 그는 “경영권은 공공 부문이 가지면서 지분 40%를 팔면 엄청난 재원을 만들 수 있다”며 “공기업으로만 남아 있으면 감시 체계가 어렵고 효율성 문제가 떨어진다. 민간 자본을 활용하는 것은 아직 괜찮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가덕도신공항도 지어야 하고 인천국제공항도 확장해야 하는 등 돈 쓸 데가 너무 많다”며 “그게(IPO를 통한 재원 확보) 안 되면 할 수 없이 국채로 간다”고 덧붙였다.
IPO를 통해 자본을 수혈하는 것은 물론 민간 경제에 활력도 불어넣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경제는 민간의 창의와 자유, 이런 것이 도입돼야 한다”면서 “공기업의 무책임과 방만을 너무 많이 봤다”며 공기업 경영 구조 변화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앞서 김 실장은 2013년에 발간한 ‘덫에 걸린 한국경제’에서 인천국제공항공사와 같은 공기업의 지분을 매각해 상장사로 만들면 더 투명하게 운영되고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해당 도서에서 김 실장은 “알짜 노선은 민간이 가져가고 정부는 적자 노선만 운영하게 될 것이라는 어이없는 논리가 통하면서 KTX 민영화 사업이 유보됐다”며 KTX 민영화 추진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윤석열 정부의 초대 비서실장이 됐지만 주요 공기업의 지분 매각 등이 필요하다는 소신에 변화가 없음을 명확히 한 것이다.
지난해 인천국제공항공사는 9300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면서 재정 건전성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코로나19로 해외 항공길이 막히면서 직격탄을 맞은 탓이다. 지난해 유가와 액화천연가스(LNG) 가격 등이 급등하면서 5조 8601억 원의 손실을 낸 한국전력 다음으로 큰 적자다.
현재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지분 100%를 정부가 소유하고 있다. 국내 주식시장에 거래되는 상장 공기업은 한국전력·기업은행·한국가스공사 등 8곳이다. 한국전력의 경우 최대주주는 KDB산업은행(32.9%)이고 2대 주주는 기획재정부(18.2%)로 정부 지분이 51.1%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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