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장 선거가 마치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뽑는 경선처럼 전개되고 있다. 민주당 김두관·안민석 의원 등은 16일 ‘국회의장 민주당 후보를 당원의 손으로 뽑자’는 주제로 당원 간담회를 개최했다. 지난달부터 ‘노(No) 수박’ 서명운동을 벌여온 ‘밭갈이운동본부’ 소속 강성 당원들이 간담회에 대거 참석했다. 강성 당원들은 온건한 당내 인사들을 겨냥해 ‘겉과 속 색깔이 다른 수박’이라고 조롱한다. 이들은 “민주당의 정체성이 분명한 국회의장을 뽑아야 한다”면서 “의원 투표로 뽑는 관행을 바꿔 당원 직접 투표로 의장 후보를 선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에 출마한 민주당 의원들은 당내 강경파에 휘둘려 당파성을 내세우는 구애 경쟁을 벌이고 있다. 평소 온건 성향인 5선의 김진표 의원은 당 소속 의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제 몸에는 민주당의 피가 흐르고 있다”며 “검찰공화국으로 폭주하는 윤석열 정부의 불도저식 국정 운영을 막아내는 국회를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조정식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어 “국회의장이 되더라도 민주당의 일원임을 잊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김대중 정부에서 여야 합의로 개정된 국회법 제20조 2는 의원이 국회의장으로 당선되면 당적을 가질 수 없도록 규정했다. 국회의장이 특정 정당의 이해관계에 치우치지 않고 중립적 위치에서 공정하게 국회를 운영하라는 취지에 따른 것이다. 당원이 국회의장 후보를 뽑아 당의 입장을 대변하게 하자는 주장은 국회법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국회의장은 특정 정당의 당수가 아니라 입법부를 대표하는 수장이다. 극단적인 여소야대 체제에서는 여야가 대립·충돌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유도하기 위해서도 국회의장의 중립성과 공정성이 더욱 필요하다. 국민이 아니라 민주당을 위한 국회의장을 선출하면 공정한 국회 운영이 불가능할 뿐 아니라 의회민주주의 자체도 흔들리게 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