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제42주년 5·18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 참석 일정에서는 이례적인 장면들이 상당수 포착됐다. 특히 5·18민주묘지 정문 입장, 민중가요 제창 등 보수정당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보인 모습들도 있었다.
◇전용 헬기 대신 100여 명과 KTX=윤 대통령은 18일 오전 7시 30분 서울역에서 ‘광주행 KTX 특별 열차’에 탑승했다. 일반적으로 대통령은 장거리의 지방 일정을 소화할 때 전용 헬기나 공군2호기로 불리는 전용기를 주로 탄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새 정부 장관들, 대통령실 참모진, 국민의힘 의원 등 100여 명을 이끌고 기차에 탑승했다.
윤 대통령은 열차 출발 직후인 7시 40분께부터 열차 칸을 오가며 국무위원·의원들 모두와 일일이 악수하면서 인사와 덕담을 건넸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국정 운영을 원활히 하기 위해 당정 간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조찬도 도시락으로 같이하고 격의 없는 모습으로 대화도 할 수 있는 기회”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또 의원들에게 “국민 통합의 길에 함께 해줘서 감사하다”고 말하는 등 내내 ‘국민 통합’을 강조했다고 한다.
◇7개월 만에 정상 참배…유가족과 200m 걸었다=윤 대통령은 오전 9시 51분께 5·18민주묘지의 정문인 ‘민주의 문’을 통과했다. 보수정당 출신 현직 대통령 중에서는 처음이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때는 경호 등의 이유로 차량을 이용해 기념식장에 바로 입장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7년 기념식 당시 민주의 문을 통과했다. 윤 대통령은 5·18민주화운동유족회장 등 유가족 단체와 함께 식장까지 약 200m를 걸어서 이동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7월(개인 신분)과 10월(당 대선 예비 후보 신분) 민주묘지를 참배한 바 있다. ‘전두환 옹호’ ‘개 사과’ 논란이 불거진 후 민주묘지를 두 차례(지난해 11월, 올해 2월) 더 찾았지만 길을 가로막은 일부 유가족과 시민 단체에 의해 모두 ‘반쪽 참배’에 그쳤다. 이후 약 7개월 만에 온전한 참배를 하게 된 것이다.
◇민중가요 제창한 첫 보수정당 대통령=마지막 식순으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이 시작되자 윤 대통령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른손으로는 황일봉 민주화운동부상자회장, 왼손으로는 유족 박금숙 씨의 손을 잡았다. 윤 대통령은 착용한 마스크가 들썩거릴 정도로 힘차게 노래를 불렀다.
이 노래는 노무현 정부 때인 2003년부터 이명박 정부 첫해인 2008년까지 제창 형식으로 불렸다. 일부 보수 단체의 반발이 빗발치자 2009년 공식 식순에서는 아예 제외됐다가 박근혜 정부 때 ‘합창’ 형식으로 다시 불렸다. 그리고 2017년 문재인 정부에서 제창으로 다시 바뀌었다. 윤 대통령은 제창 전통을 6년 연속 이으면서 보수정당 출신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완창한 대통령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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