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국가보안국(SBU)이 러시아에 자국군의 정보를 팔아넘긴 스파이 검거 영상을 공개했다.
17일(현지시간) CNN은 동행 취재를 통해 SBU가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州) 슬로뱐스크에서 스파이로 의심되는 한 남성을 현장에서 체포하는 장면을 포착했다.
4분 15초 분량의 짧은 영상에는 첩보영화를 연상시킬 만큼의 급박한 장면이 담겨있다. 스파이로 의심되는 남성을 조심스럽게 뒤쫓던 SBU 요원이 무전으로 알리자 맞은편 도로에서 승합차가 달려온다.
이 승합차는 남성 바로 앞에서 멈췄고, 재빨리 차에서 내린 SBU 요원 2명이 총을 겨누자 이 남성은 바닥에 납작 엎드린다. SBU 요원이 곧바로 남성의 몸수색에 나섰고 곧 휴대전화를 발견해 압수한다.
SBU는 러시아군이 목표물을 정확히 조준하기 위해, 그리고 공격이 성공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이런 첩보원을 활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텔레그램 앱으로 스파이를 모집한 뒤 전쟁 관련 정보를 돈을 건네고 사는 방식이다.
현장에서 검거된 스파이는 러시아에 특정 위치 좌표나 전반적인 상황을 알려줬다고 순순히 털어놨다. 요원은 휴대전화에서 러시아와 내통한 물증을 확인했다. 거기에는 우크라이나군 진지의 사진과 동영상, 좌표를 건네라는 요구사항이 담겨 있었다.
이 남성은 SBU 차량에 태워져 어딘가로 이송됐다. 검거 작전을 펼친 SBU 요원 세르히는 그가 우크라이나 서부 드니프로로 이송된다며 그곳에서 재판을 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에서 스파이 활동이 입증되면 사형이나 무기징역을 선고받을 수 있다.
세르히는 "러시아군의 미사일은 이런 범죄자들이 전송한 좌표로 온다"며 "사람들은 이 미사일 때문에 죽는다. 군인이 죽고 민간인이 죽는다"고 말했다. 러시아군의 폭격으로 사랑하는 사람들과 친척을 잃은 세르히는 이런 스파이를 붙잡을 때마다 배신감에 끓어오르는 화를 참기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SBU는 하루 한두 차례 스파이 검거 작전을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쟁 초기에는 러시아가 돈바스 지역에 심어놓은 러시아인이 스파이 활동을 펼쳤지만, 이제는 돈 때문에 조국을 배신하는 '생계형 스파이'가 늘고 있다고 세르히는 전했다. 그는 이번에 체포된 용의자의 경우, 표적 정보를 제공하는 대가로 제안받은 돈이 500 흐리우냐(약 2만 원)에 불과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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