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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론직설] “尹정부, 무너진 법치와 헌법가치 바로 세워 부국강병의 길로”

◆정영환 한국법학교수회장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로 ‘소득 4만 달러’ 앞당기고

소통·경청 앞세운 뚝심의 리더십으로 위기 돌파해야

취임 100일 맞춰 집권 청사진·선심 공약 재조정 필요

법리·절차 무시한 ‘검수완박’ 법 헌재가 제동 걸어야





‘공정과 상식’을 내세우는 윤석열 정부의 출범으로 국정 정상화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가 높다. 문재인 정부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헌법 가치를 훼손하며 역주행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온갖 꼼수를 동원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을 강행 처리한 것도 대다수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다. 한국법학교수회 회장인 정영환 고려대 교수는 18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무너진 법치와 헌법 가치를 바로 세워 ‘대한민국호(號)’를 부국강병의 길로 이끌어야 한다”며 “오직 국민과 국익만 바라보면서 국정을 운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보수와 진보를 넘어 헌법적 시각에 기초한 뚝심의 리더십이 필요한 때”라면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토대로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 시대를 앞당겨야 한다”고 역설했다. 1700여 명의 법학 교수들로 구성된 법학교수회는 최근 검수완박 입법 폭주를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 법치주의 수호를 주장해 주목을 받았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법치주의 회복을 갈망하는 목소리가 부쩍 커졌다.

[청론직설] 정영환 한국법학교수회장 인터뷰./권욱 기자 2022.05.13


△대통령의 역할은 법치가 작동되는 사회를 만들어 국민을 잘 먹고 잘살게 하는 것이다. 그게 바로 국가가 튼튼해지는 부국강병의 길이다. 그러자면 대통령이 귀를 활짝 열어 많은 얘기를 듣고 나라의 미래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대통령은 큰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하면서 결단을 내리되 조급함을 버려야 한다. 윤 대통령이 귀를 닫지 않고 겸허하게 국정에 임한다면 후대에 좋은 대통령으로 남을 수 있다.

-윤 대통령은 일찍이 헌법 가치를 강조해왔는데 .

△헌법 가치 지키기는 국민에게 위임받은 권한으로 국민을 제대로 섬기는 것을 말한다. 결국 국민의 인권을 보장하고 잘살도록 만드는 것이다. 대통령이 권력기관을 통솔하되 헌법상 부여된 권력기관의 권한을 침범해서는 안 된다. 각 기관이 시스템에 따라 움직여야 한다는 얘기다. 기업도 시장경제 원리로 돌아가도록 만들어야 한다. 우리 경제를 이끌어갈 전략 산업이나 공공 프로젝트에 투자하고 4차 산업혁명에 발맞춰 대학 등에 연구개발(R&D) 자금을 지원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 과정에서 낙오하는 10% 정도의 국민을 따뜻하게 보살피는 정부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새 정부가 출범했는데도 6·1 지방선거까지 겹쳐 진영 간 대립과 갈등이 여전하다.

△윤 대통령은 갈라진 국민을 하나로 통합해야 할 책무가 있다. 그러자면 항상 국민의 뜻을 살피고 소통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으로 옮긴 것은 형식을 깨면서 내용을 바꾼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변혁으로 볼 수 있다. 윤 대통령은 앞으로 수석비서관들의 보고를 받는 데 머무르지 않고 장관들과도 격의 없는 토론을 벌여야 한다. 정책 기조 측면에서도 지나치게 보수 쪽으로 가지 말고 철저히 실용 노선을 견지해야 한다. 현 정부의 지지층을 따져보면 기존의 보수 쪽도 있지만 진보에서 넘어온 이들도 적지 않다. 윤 대통령은 오직 국민의 입장에서 헌법적 시각에 근거해 옳고 그름을 판단해야 한다. 지지층만을 의식해 ‘반쪽 대통령’에 머물렀던 전임 대통령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



-새 정부가 집권 초기에 역점을 둬야 할 정책 방향은.

△윤 대통령은 취임 100일에 맞춰 집권 플랜을 전면 재조정해야 한다. 표를 받기 위해 내놓은 선심 공약부터 거둬들이고 진정 국가의 미래를 위해 나아가겠다고 선언해야 한다.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처럼 진보 정권의 정책을 적극 수용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그러면 국민도 더 이상 진보나 보수에 매달릴 이유가 없어진다. 미국이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바탕에는 자유로운 사고와 혁신이 깔려 있다는 사실을 눈여겨봐야 한다.

-경제·안보 복합 위기를 뚫고 나가는 데 필요한 리더십은 어떤 것인가.

△새 정부의 성패는 미래를 내다보는 윤 대통령의 비전과 뚝심에 달렸다고 볼 수 있다. 대통령에 오르기까지 보여줬던 것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의지가 필요한 때다. 이런 점에서 검찰식 사고 방식에 머물러 있다는 야당의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윤 대통령이 귀를 활짝 열고 야당의 비판을 경청하면 극단적 대립도 사라질 것이다. 거침없이 쓴소리를 할 수 있는 사람을 대통령 가까이 둬야 한다. 구조 개혁이나 경제 체질 개선을 추진하려면 국민을 설득하고 인내하는 의지와 용기가 뒷받침돼야 한다. 이 과정에서 대통령의 인기가 떨어질 수도 있지만 국민이 그 진정성을 알게 되면 결국 지지율이 오를 것이다.

-정치 보복은 안 되지만 지은 죄는 단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무엇보다 법리에 충실히 따르는 자세가 필요하다. 윤 대통령도 일찍이 “수사는 법과 시스템에 따라 하고 대통령이 관여할 게 아니다”라고 강조하지 않았는가. 과거 권력이 수사를 가로막았던 잘못을 바로잡는 차원이라면 수사를 하는 게 맞는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살아 있는 권력으로부터의 압박을 막아낸다는 검찰의 본질적 의무를 잊어서는 안 된다.

-윤 대통령이 검찰 출신의 측근 인사를 중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데.



△굉장히 위험한 대목이다. 지금 당장은 편할지 몰라도 언젠가 위험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자기 편 사람을 주로 쓰면 권한이 집중되기 때문에 결국 사달이 난다. 대통령은 듣기 좋은 얘기에 넘어가지 말고 쓴소리를 달게 받아들여야 한다. 자신과 다른 진보적 의견을 가진 사람도 수시로 만나는 자세가 필요하다. 앞으로 업무를 전반적으로 파악하면 적재적소에 인재를 배치하는 방향으로 달라져야 할 것이다.

정영환 한국법학교수회장이 18일 고려대 연구실에서 진행된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무너진 법치와 헌법 가치를 바로 세워 ‘대한민국호(號)’를 부국강병의 길로 이끌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권욱 기자


-최근 법학교수회 차원에서 검수완박 입법을 강도 높게 비판했는데.

△교수회는 정치적 요소를 배제하고 오직 법적인 측면에서 문제점을 지적했다. 검찰의 직접 수사권을 완전히 배제하는 것은 권력기관 간 견제와 균형의 법리에 맞지 않는다. 경찰에 수사권을 넘기면 단기간에 수사 능력을 확보하는 것도 어렵거니와 나중에 전권을 행사해도 권력 집중이라는 측면에서 큰 문제다. 결국 위험한 구조다. 70년 넘게 이어진 형사 사법 체계를 어떻게 공청회 한번 없이 바꿀 수 있는가. 국회법상의 입법 절차를 지키지 않은 것은 의회주의 및 법치주의 이념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국회의원의 심의·표결권을 침해하는 위법행위다.

-국민의 기본권 훼손 우려를 검수완박의 가장 큰 문제로 꼽았는데.

△검수완박은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법이다. 중국 같은 나라만 비슷한 제도를 운영할 뿐이다. 경찰 수사에 대한 검찰 통제권을 박탈하면 국민이 권리를 구제받지 못하거나 부당하게 인권 침해를 당할 우려가 크다. 경찰과 검찰의 적절한 역할 분담 등에 대한 재조정 과정 없이 정치적 이유로 밀어붙인 것은 큰 문제다.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를 며칠 남기고 밀어붙이는 바람에 국민들의 의구심이 더 커진 것 아닌가. 검찰도 권력의 압력에 맞서 검찰권을 정당하게 행사했는지 되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헌법재판소 결정을 앞둔 검수완박 법안의 위헌성 여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법리적 측면을 볼 때 검수완박 법안의 효력 정지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내용 측면도 그렇거니와 절차적으로 국회법상 법률안 심의 절차를 형해화하는 등 명백한 위법성을 보이고 있다. 절차에 문제가 있으면 일단 정지시켜놓고 따져봐야 한다. 법제처도 위헌 여부를 충분히 검토했는지 의문이다. 오직 정치적 결단으로 밀어붙인 것이다. 헌재가 엄정한 법의 잣대로 무엇이 헌법에 합치되고 국민을 위한 것인지 잘 들여다봐야 한다.

-김명수 대법원장도 잇단 의혹과 사건에 휘말리면서 공정성과 중립성을 의심받고 있는데.

△전체적인 틀에서 그런 측면을 무시할 수 없다. 대법원장은 오직 법으로만 말해야 한다. 대통령이나 정권의 눈치를 봐서는 안 된다. 권력자에게 예의를 갖추되 판결로 얘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임 정부에서 문제 삼았던 ‘사법 농단’도 다시 짚어봐야 한다. 국가 기관들이 중대사에 대해 자유롭게 논의하지 못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 이런 점에서 최근 대법원이 사법 농단 사건에 대해 잇따라 무죄 판결을 내린 것은 올바른 판단이다.

-민주당은 지난해에 이어 ‘언론 개혁’ 의제를 또다시 들고 나올 태세다.

△법학교수회는 지난해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언론의 자유와 독립을 침해하는 악법이라며 반대했다. 만약 지난해 이 법이 통과됐다면 언론의 자유는 그림자도 찾기 어려웠을 것이다. 언론이 권력자에게는 불편할지 몰라도 국민에게는 진정 필요한 존재다. 언론의 자유를 억압하는 악법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

-학문으로서의 법학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는 위기론이 팽배한데.

△법학은 사회 전체를 지탱하는 철근이자 일종의 기간산업 역할을 맡고 있다. 국가라는 건물이 제대로 버티려면 법학이 튼튼하게 뒷받침돼야 한다. 하지만 로스쿨 제도가 도입되면서 기초 학문인 법학의 뿌리가 점점 말라가고 있다. 법학 교육 정상화를 위해 변호사 시험의 합격률을 높이고 채용 시험에 법학 비중을 높이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He is…

1960년 강릉에서 태어나 강릉고와 고려대 법대를 졸업했다. 사법연수원 15기로 부산지법 울산지원 판사와 서울고법 판사, 대법원 재판연구관 등을 역임했다. 2000년부터 고려대 법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교무처장, 로스쿨 대외기획부원장 등을 거쳤다. 한국민사집행법학회 회장을 지냈고 현재 대법관 추천위원회 위원, 검찰총장 추천위원회 위원, 대검 징계위원회 위원, 대법원 사법행정자문회의 위원, 대한상사중재원 중재인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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