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이 19일 한국 정부의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참여와 관련해 “절대 중국을 배제하려는 것은 아니다”라고 분명히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은 20일 방한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21일 정상회담을 열고 IPEF 참여를 공식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외교가 안팎에서는 한중 관계 악화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중국이 사드(THAAD) 보복에 버금가는 경제 보복을 가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진행된 브리핑에서 한미정상회담의 핵심 의제 중 하나인 ‘경제안보’와 관련해 “지금은 공급망을 제대로 관리하려면 일종의 동맹 체제가 필요하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미국 주도로 23일 일본에서 출범하는 IPEF는 △무역 △공급망 △인프라·청정에너지·탈탄소 △조세·반부패 등 4개 분야에서 인도태평양 국가인 미국과 일본·호주·뉴질랜드·싱가포르 등이 협력하는 경제 동맹이다. 표면상으로는 인도태평양 역내에 새로운 경제 협력체를 만드는 것이지만 외교가에서는 미래 산업인 디지털 무역 및 신기술 등과 관련해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내놓은 수단으로 보고 있다.
중국도 IPEF에 대해 중국을 글로벌 공급망에서 배제하려는 시도라며 거세게 반발하는 모습이다.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은 18일(현지 시간)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의 전화 통화에서 “파벌을 끌어들여 분열과 대항을 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실현될 수 없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번 순방에서 출범을 계획하는 IPEF와 쿼드(Quad, 미국·일본·호주·인도 안보협의체) 정상회의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계열의 글로벌타임스도 이날 논평에서 “IPEF는 세계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려는 시도”라며 한국을 향해 보복을 예고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공급망 협력은) 바로 자유민주주의와 인권을 기반으로 한 기술 동맹 체제”라며 “특히 바이든 대통령이 부통령(시절)부터 이 문제에 관심을 많이 가졌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때는 잠시 중단됐다가 이제 소위 민주주의 동맹을 기술 동맹이라는 가치 동맹으로 변화시키는 축으로 (발전시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통령실은 IPEF 참여를 통해 한국이 고도의 과학기술 분야에서 기술 유출이나 지적재산권 문제, 디지털 규범에 대한 국제 규범 마련에 앞장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중 간 경제 협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후속 협상이 진행되는 점을 거론하며 “경제 협력 챕터를 통해 공급망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고 단언했다. 한국이 IPEF에 참여하더라도 중국과는 한중 FTA 후속 협상을 통해 동일한 수준의 경제 협력을 이어갈 수 있다는 뜻이다.
중국이 ‘제2의 사드 사태’에 버금가는 보복을 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도 “(IPEF 참여 예상국에)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도 있는데 (중국의 보복 대상으로) 콕 집어 한국을 말하는 것은 공정하다고 보느냐”며 “IPEF는 협정을 추구하는 것도 아니고 협력할 플랫폼, 기제를 만드는 것인데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대통령실은 중국의 보복이 있을 경우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는 방침도 분명히 했다. 이 관계자는 “윤석열 정부의 대중 외교는 상호 존중, 당당한 외교”라면서 오히려 중국이 디지털 분야에서 문호를 개방하는 방식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