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일본의 무역수지가 9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수입액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데 따른 결과다. '엔저 현상'의 영향으로 수출액도 높았지만 수입액 상승분을 상쇄하지는 못했다.
19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재무부는 이날 무역통계속보를 발표하고 4월 일본의 무역수지(수출액-수입액)가 8391억엔(약 8조 3417억원) 적자라고 밝혔다. 일본이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한 것은 지난해 9월 이후 9개월째다.
원유, 액화천연가스(LNG) 등 에너지 가격이 오르며 수입액이 8조 9154억엔을 기록한 영향이 컸다. 이는 전년동월 대비 28.2% 늘어난 금액일 뿐만 아니라,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79년 이후 1개월 기준으로 역대 최고치라고 신문은 전했다. 특히 원유 수입액이 99.3% 늘었고 LNG 수입액도 2.5배 상승했다. 수량 기준으로는 각각 9.4%와 12.1%만 수입이 증가했는데도 전세계적인 에너지 가격 급등의 여파로 수입액이 불어난 것이다.
수출액은 전년동기보다 12.5% 늘어난 8조 762억엔을 기록했다. 3월에 이어 역대 2번째 수준으로 높은 금액이다. 품목별로 봤을 때는 철강이 37.1%, 자동차가 4.8% 늘었다. 엔저의 영향으로 일본 수출기업의 경쟁력이 높아지고, 코로나19 팬데믹이 완화되며 각국 경제가 회복세에 들어선 결과로 풀이된다.
지역별로 보면 러시아와 중국에 대한 무역수지 적자가 두드러졌다. 중국에 대한 무역 수지는 수입액(1조 6573억엔)이 수출액(1조 4890억엔)을 상회하며 13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수출은 2020년 3월 이후, 수입은 2020년 9월 이후 최저치였는데, 중국이 최근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수하며 상하이 봉쇄 등의 고강도 방역조치를 시행한 탓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응하기 위해 일본이 수출금지 제재를 시행하면서 대(對)러시아 무역수지는 1633억엔 적자를 나타냈다. 수출액이 전년동기대비 무려 69.3% 줄어 237억엔에 그쳤다. 원유와 석탄 가격이 급등하며 일본이 러시아에서 수입한 금액은 전년동기보다 67.3% 늘어난 1870억엔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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