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분유 대란’에 결국 6·25 전쟁 때 만든 국방물자조달법(DPA) 카드까지 꺼내 들었다.
18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백악관은 이날 한국전쟁 당시 원활한 군수물자 공급을 위해 만든 DPA를 발동했다. DPA는 대통령이 비상 상황에 특정 제품 생산과 공급에 대한 협조를 강제할 수 있는 법이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원재료 공급 업체를 대상으로 보유 자원을 분유 업체에 우선 배정하라고 요청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의료물자 공급 확대와 백신 개발 지원을 위해 이 법을 발동한 바 있다.
이날 백악관은 이른바 ‘분유 항공수송 작전’도 발표했다. 보건인적서비스부·농무부에 미국 내 품질 기준을 충족하는 해외 분유를 서둘러 파악하도록 하고 국방부에는 전세기로 외국 분유를 미국으로 운반하도록 했다.
미국 내 분유 부족은 올 2월 최대 분유 생산 업체 애보트의 제품이 박테리아에 오염됐을 가능성이 제기되자 애보트가 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리콜을 실시한 데서 촉발됐다. 코로나19,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붕괴돼 다른 분유 업체도 원활하게 생산하지 못하자 분유 품귀 현상은 심화했다. 3월 1일에는 미 식품의약국(FDA)이 월마트·타깃·크로거 등 주요 소매 업체에 소비자 한 사람당 구매 개수를 제한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다만 이 같은 조치가 되레 가수요를 자극해 분유 사재기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장 조사 업체 IRI에 따르면 5월 초 현재 미국 상점에서 분유의 21%가 매진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국방물자법 발동은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터진 분유 대란으로 민심이 악화하자 바이든 행정부가 부랴부랴 내놓은 수습책의 일환이다. 규제 당국은 최근 분유 수입 규제를 완화하기 시작했고 외국 분유 제조 업체에 미국 수출을 위한 신청서를 내달라고 요청했다. 16일 애보트도 FDA와 일부 공장을 재가동하기로 합의했다.
다만 전 세계 공급망 위기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이날 블룸버그는 뉴욕 연방준비은행에서 발표한 글로벌공급망압력지수가 4월 3.29로 올 들어 처음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3월에는 2.8이었다. 수치가 0보다 높으면 공급망 혼란이 크다는 의미다. 4월 지수는 지난해 12월의 4.45보다 낮지만 코로나19 발발 초기인 2020년 4월(3.47)과 비슷한 수준이다. 뉴욕연은은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돼 단기적으로 물류 병목 현상이 더 심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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