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 성장의 버팀목인 ‘소비’가 흔들리고 있다. 인플레이션 직격탄으로 최대 소매 업체인 월마트와 타깃의 1분기 순이익이 반 토막이 나는 ‘어닝쇼크’에 빠진 것이다. 미국 실물경제의 3분의 2가량인 개인소비지출만큼은 건강하다고 믿었는데 실물 현장의 가늠자인 소매 업체의 실적이 곤두박질치자 다우존스지수는 18일 3.57%의 폭락장을 연출했다. 공교롭게도 골드만삭스는 이날 중국의 올 성장률 전망치를 4.5%에서 4%로 낮췄다. 경기 선행지표인 구리 값은 급락세로 돌변해 톤당 1만 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인플레이션발(發) ‘R(경기 침체)의 공포’가 현실이 된 셈이다.
세계 경제의 쌍두마차가 위기에 봉착하면서 우리에게도 비상벨이 울리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예상 성장률을 지난해 말 전망한 3.0%에서 2.8%로 낮추는 대신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당초 전망치 1.7%에서 4.2%로 대폭 올렸다. ‘돈맥 경화’는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비우량 회사채 금리는 10%까지 치솟았고 대기업마저 채권 발행을 줄줄이 연기하고 있다. 기업들이 연내 갚아야 할 회사채·기업어음(CP)만 142조 원에 이른다. KOTRA에 따르면 올 들어 기업 생산 비용은 지난해 평균보다 7.1%나 올랐다. 인플레이션이 길어지고 공급망 문제가 조속히 풀리지 않으면 멀쩡한 기업도 생존을 장담할 수 없는 형국이다.
가계·기업·정부 등 경제 주체들은 극도의 긴장감을 갖고 위기 쓰나미에 대비해야 한다. 특히 기업들은 일시적 실적 호조의 단잠에서 깨어나 고강도 구조조정에 들어가야 할 것이다. 불요불급한 자산을 매각하는 등 ‘마른 수건을 다시 짠다’는 각오로 비용 절감에 나서야 한다. 노동계도 과도한 임금 인상 요구 자제 등 공생의 길을 찾아야 한다. 이럴 때일수록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흑자 부도가 발생하지 않도록 과거 위기 당시 동원했던 회사채신속인수제 등 기업을 지원할 비상식량을 꺼낼 때다. 추경호 경제부총리가 운을 뗀 법인세 인하와 각종 규제 완화책도 서둘러 실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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