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면 볼수록 궁금해진다. 개성 강한 캐릭터들이 여러 명 등장하는데도 산만하지 않고 오히려 더 집중력이 높아진다. 의뭉스러운 구석을 하나씩 갖고 있는 듯한 캐릭터들의 사연이 궁금해지고, 주인공의 시선을 따라 사건을 추리해간다. 회차가 거듭될수록 심장이 쫄깃해지는 티빙 오리지널 ‘장미맨션’이다.
‘장미맨션’(극본 유갑열/연출 창감독)은 어릴 적부터 가족들과 함께 살던 장미맨션을 떠나 지방 호텔에서 근무하는 지나(임지연)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지나는 어느날 갑자기 언니 지현(송지인)과 연락이 안 된다는 아빠의 전화를 받고 그토록 가고 싶지 않던 장미맨션으로 향한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지나가 발견한 것은 베란다에 걸린 의문의 마네킹. 그는 꼭 목매단 여자 같은 모습의 마네킹을 보고 자지러진다. 다시 정신을 차린 지나는 그 마네킹이 최근 자신이 SNS에 올린 옷과 똑같은 옷을 입은 것을 보고 또 한 번 놀란다.
심상치 않다는 것을 직감한 지나는 장미맨션 곳곳을 오가며 언니 행방을 찾다가 살인마 우혁(조달환)의 존재를 알게 된다. 우혁은 이웃들의 항의에 못 이겨 집에서 살지 못하고 집 앞에 세워둔 캠핑카 안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있다. 우혁을 수상하게 여긴 지나는 캠핑카 안을 몰래 수색하다가 자신이 언니에게 선물한 속옷을 발견하고, 그가 범인이라고 확신한다
그런데 우혁만 수상한 것이 아니다. 단지 내 마트 사장 찰리(김도윤)의 행동도 의심스럽고, 사사건건 간섭하는 부녀회장 숙자(이미도)는 왠지 지나를 감시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지나는 실종된 언니보다 집값 걱정을 하는 장미맨션 사람들은 믿을 게 못 된다고 생각한다.
홀로 외로운 사투를 벌이고 있는 지나 곁을 지키는 사람은 오직 형사 민수(윤균상) 뿐이다. 본격적으로 함께 수사에 나선 두 사람이 실마리를 잘 풀어나갈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생활밀착형 공포라 더 오싹하다. 때로는 보이지 않는 귀신의 존재보다 익숙한 일상 공간에서 벌어지는 일이 더 무섭게 다가온다. 작품은 공동생활시설인 아파트를 배경으로 해 다양한 인간 군상을 조명하고, 사람이 주는 공포를 강조한다.
하지만 스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나는 스릴러 주인공과는 쉽게 부합되지 않는 왈가닥 캐릭터. 지나를 중심으로 간간이 유머가 튀어나오는 것은 ‘장미맨션’만의 매력이다.
‘장미맨션’ 측이 회차를 공개하는 방식도 눈여겨볼 만하다. 총 12부작인 ‘장미맨션’은 4회씩 3번 나눠 공개하는 특이한 방식이다. 세계 최대 OTT 넷플릭스가 모든 회차를 한 번에 공개하는 것과 사뭇 다르다. 아직까지 티빙을 비롯한 애플TV+, 쿠팡플레이 등은 TV 방송처럼 한 회차씩 순차적으로 공개하기도 한다. 이미 넷플릭스에 익숙해진 시청자들은 순차 공개에 의견이 엇갈리기도 해, ‘장미맨션’의 공개 방식은 그런 답답한 마음의 절반을 해소하는 해결책으로 사료된다.
작품은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으로 표현 수위가 굉장히 세다.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장면이 다수 있다. 당초 창감독이 영화 시나리오로 준비했던 작품이라는 것이 이해되는 부분이다. 이 덕분에 표현의 범위가 넓어진다는 것은 큰 장점이다. TV 방송에서는 볼 수 없는, OTT라서 가능한 다양성이 생긴다.
하지만 자극적인 장면은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우혁이 길고양이를 살해하는 장면이 담긴 4회는 공개 이후 논란이 일었다. ‘장미맨션’ 측은 실제 가학행위 없이 간접적인 묘사로 진행됐다고 하나, 동물보호단체는 실제와 분간되지 않는 생생한 묘사가 불필요하게 자극적이라고 목소리를 냈다. 결국 ‘장미맨션’ 측은 4회를 긴급 삭제하고 추후 장면 수정 후 재업로드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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