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기차기업인 테슬라의 주가가 20일(현지시간) 6% 넘게 추락하며 ‘칠백슬라(주가 700달러대)’가 붕괴했다. 테슬라는 이날 나스닥 시장에서 6.42% 급락한 663.90달러로 장을 마쳤다. 테슬라 주가가 600달러 대로 주저앉은 것은 작년 8월 이후 처음이다.
이날 테슬라 주가 급락은 일론 머스크(사진) 최고경영자(CEO)의 성추행 의혹 때문이다. 전날 미국 경제 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머스크가 2016년 영국 런던으로 향하던 스페이스X 소속 전용 제트기에서 여성 승무원의 다리를 더듬고, 이 승무원에게 성적인 행위를 요구했고 보도했다. 머스크는 이 보도에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성추행 의혹 외에 트위터 인수를 둘러싼 행보와 정치적 발언도 테슬라의 주가를 끌어내리고 있다. 머스크는 최근 트위터가 제공한 스팸, 가짜 계정 비율의 신빙성이 떨어진다며 인수를 일시적으로 보류하겠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머스크가 트위터 인수가를 낮추기 위해 스팸 계정을 걸고넘어졌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일부 테슬라 투자자는 머스크가 회사 경영을 뒷전에 둔 채 트위터 인수 게임에만 신경 쓰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했다. 웨드부시 증권의 댄 아이비스 애널리스트는 "비행기가 거대한 뇌우를 만난 상황에서 조종사는 넷플릭스 쇼를 보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고 비꼬았다.
머스크는 지난 18일에도 미국 집권 여당인 민주당을 향해 "분열과 증오의 정당"이라고 비판하면서 11월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에 투표하겠다고 선언했다. 로이터통신은 정치적으로 진보 성향인 캘리포니아주가 테슬라의 미국 내 최대 시장으로 꼽히지만, 머스크의 정치적 발언이 테슬라 차 판매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또 머스크의 최근 정치적 발언과 성희롱 의혹이 그 자신과 테슬라의 브랜드 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머스크를 제지할 독립적인 이사회가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트위터에서는 테슬라 차 주문을 취소하자는 내용의 '#보이콧 테슬라' 해시태그가 확산되고 있다.
테슬라 주가는 이번주에만 13.73% 하락했고 올해 들어 37.18%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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