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전화통화를 가졌다. 이날 통화는 서훈 전 안보실장, 최종건 전 외교부1차관이 배석한 가운데 저녁 6시 52분부터 약 10분간 이뤄졌다.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난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통화와 관련해 바이든 대통령이 문 전 대통령을 향해 “‘좋은 친구’라고 했다”고 전했다. 문 전 대통령도 “첫 방한을 환영한다. 퇴임인사를 직접 하지 못한 것이 아쉬웠는데 통화를 할 수 있게 되어 고맙게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1년 전 미국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을 회상한 바이든 대통령은 “한미 동맹 강화에 역사적인 토대를 만든 것을 좋은 기억으로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한미동맹 강화를 위해 노력해준 문 전 대통령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문 전 대통령도 “한국을 아시아 첫 순방지로 방문한 데 대해 감사를 표하며 이는 한미동맹의 공고함을 보여주는 것”고 인사했다.
특히 문 전 대통령은 “윤석열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간 첫 한미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마친 것을 축하한다”며 “우리 두 사람이 한미동맹을 공고하게 한 토대 위에서 한미 관계가 더 발전해나가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한국의 대응이 국제사회의 결속력을 높이는데 기여했다”고 감사를 표하자, 문 전 대통령은 “민주주의 국가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의무”라고 대답했다.
문 전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서로 내외간의 각별한 안부를 교환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건영 의원은 “앞으로도 두 사람 간의 신뢰와 우의가 지속되길 바란다고 했다”며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문 전 대통령을 또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문 전 대통령이 보내준 선물에 대해서도 감사하다는 뜻을 전했다”고 말했다.
이날 문 전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남북 군사분계선의 철조망을 녹여 만든 십자가를 선물했다. 지난 2021년 바티칸 교황청 방문 당시에도 문 전 대통령은 프란체스코 교황에게도 해당 철조망으로 만든 십자가를 선물 한 바 있다. 분담의 아픔과 고통, 대립과 갈등을 상징했던 가시 돋친 비무장 지대 철조망에 용서와 화해를 상징하며 한반도 평화를 기원하는 의미를 담았다는 게 윤 의원실의 설명이다. 김정숙 여사도 질 바이든 여사에게 비단무릎담요를, 차남의 2세 손자에게는 한복을 선물했다.
한편, 문 전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한미정상회담 기간 서울회동까지 추진됐지만 무산됐다. 현직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러 방한한 바이든 대통령이 전직 대통령을 만나는 게 외교 프로토콜 상 맞지 않다는 판단이 컸던 것으로 해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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