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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도 안 졌는데 3등’…KPGA의 희한한 매치플레이

옥태훈, 전승하고도 결승 진출 불발

조별리그를 16강에 적용한 부작용

과거 박상현·박성국도 똑같은 경험

주말에만 72홀 강행군 무리 지적도

데상트코리아 먼싱웨어 매치플레이에서 6전 전승을 한 옥태훈. 사진 제공=KPGA




옥태훈(24)은 지난주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데상트코리아 먼싱웨어 매치플레이에서 한 번도 패하지 않았다. 첫날 64강전부터 마지막 일요일까지 6경기를 치러 모두 이겼다. 일반적인 매치플레이라면 그는 우승을 했어야 했다. 한데 3위를 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 희한한 대회 방식 탓이다. 이 대회는 64강부터 32강까지는 지면 곧바로 탈락하는 ‘넉 다운’ 방식으로 진행한다. 16명을 추린 뒤에는 4명씩 4개 조로 나눠 조별리그를 벌이는데 각 조 1위 4명 중 상위 1·2위가 결승에 진출하고, 나머지 2명은 3·4위전을 치른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조별리그에서 3전 전승을 하는 선수가 최대 4명이 나올 수 있다. 이 때문에 승수와 별도로 홀 승패에 따라 점수를 부과하는 승점제를 도입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3승 선수가 3명 나왔다. 승점으로는 김민준(32)이 1위(9점), 박은신(32)이 2위(8점), 옥태훈이 3위(6점)였다. 결국 김민준과 박은신이 결승에 진출했고, 여기서 박은신이 연장 끝에 우승했다.

올해 12회째를 맞은 이 대회에서 조별리그가 도입된 건 2016년부터다. 3승을 하고도 결승에 오르지 못한 건 2016년 박상현(39), 2019년 박성국(34)에 이어 올해 옥태훈까지 세 번째다. 그나마 다행(?)으로 옥태훈과 박상현은 3·4위전에서 이겨 3위라도 했다. 박성국은 3·4위전에서 져 4위로 밀렸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지난해 대회 때다. 이태훈(32)은 조별리그에서 3승, 이동민(37)은 2승1패를 했다. 그런데 결승에서는 이동민이 이태훈을 꺾고 우승했다. 이기고도 탈락하고, 지고도 살아남는 일이 반복되니 매치플레이 특유의 긴장감과 몰입도가 반감된다.



매치플레이에 조별리그를 두는 건 상위 랭커들이 초반에 떨어져 나가 대회 흥행에 차질을 빚는 걸 어느 정도 방지하기 위해서다. 일종의 ‘안전장치’다. 이번 대회와 같은 기간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두산 매치플레이도 조별리그를 운영한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운영 방식은 다르다. KPGA를 제외하고는 모두 64명에서 16명을 추릴 때 조별리그를 적용한다. ‘64강 조별리그’에서는 3전 전승을 한 선수가 탈락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

KPGA 투어의 ‘16강 조별리그’는 선수들에게는 엄청난 체력의 부담을 안기기도 한다. 져도 집에 갈 수 없어서다. 상위 10명은 결승전을 비롯한 순위 결정전까지 치러야 한다. 주말 이틀 동안만 72홀 안팎을 치르는 강행군이다. 이번 대회 우승자인 박은신은 연장 2홀을 포함해 나흘간 6라운드 108홀을 소화했다. 준우승을 한 김민준은 64강 진출전까지 포함해 7라운드 122홀을 버텨야 했다. 다음 대회 컨디션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한다.

매치플레이에서는 스트크로크뿐만 아니라 홀과 매치에 대해서도 상대에게 아무 때나 컨시드를 줄 수 있는데 이 대회에서는 매치 컨시드를 대회 전체 기권으로 간주한다. 매치 컨시드를 하지 말라는 강요나 다름없다. 따라서 선수들은 컨디션이 좋지 않더라도 꾹 참고 치는 수밖에 없다.

KPGA 투어도 16강 조별리그의 이런 모순과 부작용을 잘 안다. 그런데도 어찌된 일인지 개선하지 않고 있다. 규정은 일단 따라야 하지만 불합리가 반복되면 선수와 팬들은 대회를 외면한다. 매치 강자로 꼽히는 박상현과 이형준은 올해 출전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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