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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사내칼럼
[청론직설] “한전 적자 해법은 원전 확대…이념 매몰 원안위 해체 수준 개편해야”

◆이덕환 에너지교수협의회 공동대표(서강대 명예교수)

에너지 기술 몰이해 文정부, 이념에 빠져 ‘탈원전’ 강행

원전을 ‘적폐’로 규정…“원안위가 원전 가동 방해 몰두”

기후변화 극복 수단 불과한 ‘탄소중립’이 목표로 둔갑

경제성·수급안정성 고려 합리적 에너지믹스 정책 짜야





문재인 정부가 지난 5년 동안 밀어붙인 탈원전과 과속 탄소 중립 정책의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한국전력공사는 올해 1분기 영업손실이 7조 8000억 원에 달해 지난해 1년 동안의 적자 규모를 벌써 넘어섰다. 태양광·풍력 설비의 무분별한 확대로 안정적 전력 공급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에너지 정책 합리화를 추구하는 교수협의회’ 공동대표인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는 23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한전의 경영 악화를 막기 위해 전기 요금 인상 요인을 해소하는 일이 시급하다”며 “발전 단가가 가장 저렴한 원전 가동률을 현재 70%에서 90%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이념에 매몰돼 원전 가동 방해에만 몰두했다”며 “원안위를 해체 수준으로 개편해 전문성을 갖춘 조직으로 거듭나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문재인 정부 에너지 정책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국민 안전과 환경 보전을 강조하는 문재인 정부의 생태원리주의 주장은 겉으로 내세운 명분에 불과했다. 원전과 석탄은 권위주의 시대에 개발된 더럽고 위험한 ‘보수적 적폐’이고 수소·태양광·풍력은 깨끗하고 안전한 ‘진보적 미래’라는 이념적인 에너지 정책에 집착했다. 특히 합리적 에너지 정책이 요구하는 경제성과 안보의 중요성을 무시했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탈석탄은 기술적으로 준비되지 않은 정책으로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탈핵을 내세우더니 다시 에너지 전환으로 포장했다가 결국 탄소 중립으로 간판만 바꿔 달았다는 점에서 그렇다.

-기술적으로 준비되지 않았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에너지 기술에 대한 이해가 턱없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기술에 대한 몰이해다. 우리에게 원전과 석탄은 세계 최고 수준의 ‘현재 기술’이고 신재생은 많은 투자와 노력이 필요한 ‘미래 기술’이라는 현실을 외면했다. 현재 기술을 무작정 폐기하고 미완성인 미래 기술을 성급하게 확대하는 것은 안정적인 에너지 수급을 어렵게 만들게 되므로 어리석은 선택이다. 오히려 현재 기술의 적극적인 활용을 통해 미래 기술의 개발·완성을 추진하는 현실적 대안을 모색해야 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기술의 본질에 대한 최소한의 인식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어설픈 정책을 강행했다. 모든 기술에는 편익과 위험의 양면성이 공존하기 마련이다. 안전하고 깨끗한 기술은 비현실적 환상일 뿐이다. 에너지 사용에는 어쩔 수 없이 사고와 오염의 가능성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기술이 얼마나 안전하고 깨끗한지의 문제가 아니라 그 기술을 얼마나 안전하고 깨끗하게 활용할 수 있는지가 훨씬 더 중요하다.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탈원전 정책의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

△지난 5년 동안 무작정 설치한 신재생 설비가 무려 24.49GW나 된다. 태양광·풍력의 평균 가동 시간이 하루 2.5시간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고작 2.5GW의 발전소를 건설해놓은 셈이다. 극심한 간헐성을 극복할 수 없는 태양광·풍력의 과도한 설비는 안정적인 전력 공급에 심각한 위험 요인이 되고 있다. 무리하게 설치해놓은 태양광·풍력 설비에 의한 환경 파괴의 부작용도 걱정해야 한다.



-한전의 적자가 심각하다.

△한전 경영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은 것은 포퓰리즘 정책의 결과다. 문재인 정부는 전력구입단가(SMP)가 가장 낮은 원전과 석탄을 포기하고 가장 비싼 액화천연가스(LNG)와 태양광·풍력을 확대했는데도 전기 요금을 동결했다. 한전은 발전 자회사로부터 ㎾h당 202원 21전에 구입한 전기를 소비자에게 ㎾h당 108원 13전에 판매했다. 그 결과 지난해 상장사 사상 최악인 6조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1분기에도 벌써 적자 규모가 7조 8000억 원에 달한다. 올해 적자가 30조 원을 넘을 것이라는 추정까지 나오는 판이다. 이런 상황인데 1조 6000억 원의 예산이 필요한 한전공대의 설립·운영까지 떠맡았다. 한전공대 설립·운영은 한전공사법 제13조에 적시된 한전의 8개 사업 범위를 완전히 벗어나는 것이다. 국회에서 졸속으로 통과시킨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법’이 한전공사법을 우선할 수 있는가에 대한 법률적 검토가 필요하다.

-새 정부가 에너지 정책을 정상화하겠다고 밝혔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다.

△세계 에너지 시장이 널뛰듯 출렁거리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럽의 LNG 공급에 비상이 걸렸고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관계가 불안정해지면서 중동의 원유 수급도 불안해질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LNG와 화력 의존도가 높아진 상황에서 국제 에너지 시장의 불안은 우리에게 매우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가 퇴임 직전에 새 정부가 쓸 수 있는 정책 수단을 소진해버린 것은 큰 문제다. 탈원전·탈석탄의 부작용을 고착하는 대못질을 했다. 한전의 경영 악화로 전기 요금 인상이 시급한 형편이지만 새 정부가 요금 인상을 추진하기가 쉽지 않다. 문재인 정부가 이미 올해 두 차례의 소폭 인상을 예고해놓은 터라 추가 인상과 관련해 국민을 설득하는 것이 여의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퇴임 직전에 유류세 10% 추가 인하를 밀어붙여 새 정부의 정책 수단을 박탈해버렸다. 신재생에너지의 의무공급(RPS) 이행 비율을 9%에서 12.5%로 확대해버린 것도 새 정부에 부담을 준다는 점에서 악의적인 대못 박기로 볼 수밖에 없다. 태양광·풍력 사업자의 수익을 보장해주기 위한 RPS 확대는 발전 자회사의 수익 구조를 악화시키고 결국 한전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에너지 정책 정상화를 위해 무엇부터 손을 대야 하는가.

△지난 5년 동안 억지로 억눌러놓은 탓에 누적된 전기 요금 인상 요인을 해소하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한전의 경영 악화를 더는 두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전기 요금을 한꺼번에 무작정 대폭 인상하기도 어려운 형편이다. 특히 고물가·고환율·고금리의 3중 악재가 밀어닥치는 현실에서는 국민적 합의를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결국 발전 단가가 저렴한 원전의 가동률을 현재 70%에서 90%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노력이 가장 현실적이다. 그래야 전체 전력 생산 중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을 2020년 29%에서 더 높일 수 있다. 멈춰 선 한빛 4호기를 재가동하고 건설이 완료된 신한울 1·2호기의 정상 가동을 서둘러야 한다. 이들 원전 3기 가동만으로도 한전의 적자 요인을 상당 부분 제거할 수 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를 개혁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원안위에서는 에너지 정책과 원전 기술에 대한 전문성을 가진 위원을 찾아보기 힘들다. 지난 5년간 이념에 매몰된 채 사소한 문제점을 들어 원전 가동을 방해하는 데만 골몰했다. 원안위를 해체 수준으로 개편해야 한다. 원전의 안전 가동을 보장하기 위해 최고의 전문성을 갖춘 조직으로 거듭나도록 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제시한 ‘2030년 온실가스 40% 감축’ 이 과도한 목표라는 비판이 많은데.

△국가 경제와 국민 생활에 미치는 부담을 면밀히 살펴본 뒤에 결정했어야 했다. 단순히 국제사회에 보여주기 위해 과도한 목표를 설정한 것은 무모한 일이었다. 탄소 중립을 달성하면 기후 위기를 해결할 수 있다는 과학적 근거를 찾을 수 없다. 더욱이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 세계 배출량의 1.5~1.9%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가 목표를 달성하더라도 기후 위기 극복에 대한 기여는 만족스러울 수 없다는 뜻이다. 물론 국제사회의 탄소 중립 요구를 외면하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국제사회가 강조하는 것은 기후 위기 극복이다. 탄소 중립은 그런 과제를 수행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일 뿐이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이를 왜곡해 수단을 목표로 둔갑시켰다.

-그래도 신재생에너지 확대가 가야 할 방향이라는 얘기도 있는데.

△신재생에너지는 미완성의 미래 에너지다. 기술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과 투자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미완성의 기술을 성급한 속도로 확대하면 걷잡을 수 없는 부작용이 발생한다. 태양광 패널을 보자. 발전 효율이 높은 태양광 패널이 끊임없이 개발되고 있다. 낮은 효율을 가진 패널을 설치해놓으면 향후 20년 동안은 더 나은 제품의 활용이 불가능해진다. 무엇보다 현재로서는 태양광·풍력의 간헐성을 극복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이 없다. 수소를 인류가 무한정 쓸 수 있는 청정에너지라고 주장하는 것도 기만적이다. 지금 기술로는 완벽하게 친환경적으로 수소를 생산·저장·운반·활용하기 어렵다.

-윤석열 정부가 추진해야 할 에너지 정책의 바람직한 방향은.

△경제성과 함께 에너지 안보와 직결되는 수급 안정성까지 복합적으로 고려하는 합리적 에너지 믹스 정책을 추구해야 한다. 탈원전 폐기와 태양광·풍력 속도 조절은 필수 과제다. 아무리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라도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비싸거나 안정적 수급이 불가능하면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다. 현재 활용할 수 있는 원전과 석탄을 더욱 깨끗하고 안전하게 활용할 수 있는 기술과 제도를 강화하는 노력을 중단해서는 안 된다. 더럽고 위험하다는 이유로 현재의 기술을 포기해야 한다는 주장은 비겁하고 패배주의적이다. 물론 태양광·풍력·수소 등의 미래 에너지 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투자와 노력도 필요하다. 인류가 50만 년 동안 의존해온 탄소 에너지가 고갈과 오염 등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He is…

1954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 화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코넬대에서 화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프린스턴대 연구원을 거쳐 서강대 화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대한화학회 탄소문화연구원장을 지냈으며 현재 ‘에너지 정책 합리화를 추구하는 교수협의회’ 공동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이덕환의 과학 세상’, 번역서로는 ‘거의 모든 것의 역사’ ‘화려한 화학의 시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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