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천왕(일왕)을 만난 조 바이든(79) 미국 대통령이 악수도 하지 않은 채 꼿꼿이 서서 인사해 화제를 모았다.
미·일본 외신에 따르면 23일 오전 10시 나루히토 일왕을 만난 바이든은 절도 악수도 하지 않았다. 꼿꼿한 자세로 나루히토 일왕과 나란히 마주 보며 몇 마디 인사를 나눴을 뿐이다. 한두 차례 앞으로 두 손을 내밀거나 가슴에 손을 얹는 제스처를 쓰며 경의의 뜻을 간접적으로 내비칠 뿐이었다.
일각에서는 "코로나를 의식해 신체 접촉을 하지 않는 쪽으로 사전에 양해가 됐을 것"이란 분석을 내놓았다.
이번 바이든의 방일 일정에서 관심을 끌었던 것 중 하나도 일왕을 만났을 때 어떻게 인사를 나눌까였다. 전임 미국 대통령들이 일왕과 인사를 나누는 방식이 화제를 모았기 때문이다.
앞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2009년 11월 방일 했을 때 ‘90도 폴더 인사’를 한 바 있다. 오바마는 차량에서 내려 아키히토 일왕 내외를 만나자마자 허리를 거의 90도로 굽히고 절을 했다. 시선은 바닥을 향했다. 다소 어색하게 보일 정도였다. 그리고 이 장면은 당시 미국 내에서도 반응이 갈렸다.
미국 보수세력들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일본군은 쇼와 천황(히로히토)의 이름 아래 전투를 했는데 그 아들인 현 천황(당시 아키히토)에 복종하는 듯한 절을 하는 건 가당치 않다"고 비난했다. 다만 예절을 중시하는 일본 문화를 의식한 행동을 한 것이 문제 될 게 없다는 반응도 나왔다.
논란이 일자 당시 일본 내 인사 예절 전문가들은 이례적으로 "일본 전통적으로 천황이건 누구건 절을 하면서 악수를 하는 사람은 없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마주보고 악수를 하거나 혹은 악수를 하지 않고 절만 하는 게 예절이란 것이다.
이러한 반응을 의식한 듯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취임 첫해 2017년 11월 멜라니아 부인과 일본을 찾아 고개를 숙이지 않고 일왕의 손을 자신 쪽으로 끌어당기며 악수를 했다. 상대방에게 기세에서 눌리지 않고 자신이 돋보이려는 의도로 트럼프가 자주 쓰는 수법이다. 트럼프는 싱가포르나 하노이에서의 북미정상회담 때도 김정은 국방위원장과 악수를 이 방식으로 했다. 트럼프는 또 일왕과의 20분간의 회담을 마치고 헤어지면서 왼손으로 일왕의 오른쪽 팔뚝 부분을 두 차례 가볍게 툭툭 쳤다. 미국에서 흔히 가까운 친구나 지인에게 친근감을 보일 때 하는 행동이지만 예의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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