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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바나나와 경기침체 사이”…“2차대전 후 가장 큰 시험대”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

데이비르 루벤스타인 칼라일 그룹 공동 창업자. 블룸버그TV 중계화면 캡처




23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가 모처럼 1% 넘게 상승했습니다. 나스닥이 1.59% 오른 것을 비롯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각각 1.86%, 1.98% 상승했는데요. 8주 연속 하락해 99년 만에 최장 기간 하락을 보여줬던 다우지수도 이날은 2% 가까이 뛰었는데요.

시장의 관심은 여전히 증시의 방향과 금리인상, 경기침체 등입니다. 이날 같은 상황이 지속될지에 대해서도 의구심이 크죠. 이날 본격 개막한 다보스포럼에서도 많은 얘기들이 나왔는데요. 유럽중앙은행(ECB)은 “마이너스 금리를 끝내겠다”며 사실상 7월과 9월, 금리인상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습니다.

오늘은 다보스 포럼에서 나온 미국 경제에 관한 주요 발언을 중심으로 미국 경제의 현주소와 커지는 지정학 리스크를 짚어보겠습니다.

“좋은 경제환경 아니지만 재앙도 아닐 것”…“내년까지는 걱정 안 해 침체 확률 15~20%”


우선 다보스포럼의 전체 분위기는 하방위험과 경기침체에 대한 경고가 이어지면서도 실제로 미국이 침체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는데요.

데이비스 루벤스타인 칼라일 공동창업자는 이날 다보스에서 블룸버그TV에 출연해 “우리는 저금리와 매우 높은 성장률을 갖고 있었지만 이제 그것은 바뀌고 있으며 계속 올라갈 수는 없고 지금 둔화하고 있다. 하지만 나는 그것이 재앙을 초래하는 수준까지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본다”며 “금리는 당분간 올라갈 것이며 우리를 ‘바나나’에 넣을 수 있겠지만 나는 우리가 ‘바나나’에 있는지는 모르고 뭔가 침체와 ‘바나나’ 사이에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했는데요.

여기에서 바나나란 경기침체(recession)를 말합니다. 지미 카터 행정부 시절 인플레이션 태스크포스를 맡았던 알프레드 칸은 경기침체를 바나나로 바꿔 불렀는데 이는 경기침체라는 단어를 썼다가 카터 대통령에게 한소리를 들었기 때문인데요. 자꾸 경기침체라는 말이 나오면 가계와 기업이 경기침체에 대비하기 위해 소비를 줄이면서 오지 않았을 경기침체가 실제로 올 수도 있습니다. 천연두를 마마라고 하듯 바꿔 부르는 건데요.

루벤스타인은 기본적으로 낙관적인 전망을 갖고 있는 사람입니다. 쉽게 말해 항상 미국 경제와 증시가 잘 극복해나갈 수 있다는 입장이죠. 그는 지난해 10월 LA서 열린 ‘밀컨 글로벌 컨퍼런스'에서 기자와 만나 “스태그플레이션이 올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며 “지금은 1970년대와 상황이 다르다”고 했었는데요.

제이슨 퍼먼 하버드대 케네디 스쿨 교수. 블룸버그TV 중계화면 캡처


이날 발언을 보면 전체적으로 미국 경제가 둔화하고 있으며 상황은 좋지 않지만 아직 침체까지는 아니라는 입장으로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그가 바나나라는 말까지 꺼내가며 경기침체 얘기를 에둘러 표현하는 것과 지금이 바나나와 침체 사이쯤이라고 하는 것을 보면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도 적지는 않음을 알 수 있는데요.

제인 프레이저 씨티그룹 최고경영자(CEO)는 좀더 명확히 경기침체가 없다는 쪽입니다. 그는 미 경제 방송 CNBC에 공급망과 에너지 위기에 유럽은 경기침체에 빠질 것으로 확신한다면서도 “미국은 2023년까지 경기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거의 없다”며 “노동시장이 강하고 소비자들의 대차대조표가 좋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불확실성이 있고 금리가 2%포인트가량 더 올라 고통스러울 수 있지만 미국 경제가 이를 이겨낼 수 있다고 봤는데요.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제이슨 퍼먼 하버드대 교수도 비슷합니다. 그는 다보스에서 블룸버그TV에 “내년까지는 걱정 안 한다. 침체확률이 15%, 20% 정도 될 것”이라며 “소비자들은 여전히 돈을 쓰고 있다”고 전했는데요. 브라이언 모니한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CEO도 “내가 보는 것은 고객들의 계좌 잔고가 계속해서 안정적이라는 것”이라며 “5월 초 몇 주는 소비가 10% 늘었다. 고객들이 갖고 있는 돈은 결국 줄겠지만 아직은 아니”라고 했습니다.

“시장은 경기침체 가능성 65~70% 책정”…“S&P 하락폭 두 배 -40%까지 갈 수도”


하지만 하방위험이 큽니다. 크리스티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경기침체에 관한 질문에 “지금은 아니다. 하지만 불가능하다는 뜻은 아니”라며 “우크라이나 전쟁과 코로나19, 금융시장 변동성 급증 등으로 세계 경제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큰 시험을 받고 있다”고 했는데요.

아직 타깃과 월마트에서 나타난 인플레이션과 그에 따른 이익 압박 문제도 풀리지 않았습니다. 전미실물경제협회(NABE)가 이코노미스트 5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 이날 내놓은 자료를 보면 다음 경기침체가 언제 시작될 것 같으냐는 질문에 2023~2024년이라고 답한 이들이 61%나 되는데요. 올해 또는 2025년 이후라는 답은 각각 13%에 불과했습니다.

이들은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는 올 1분기에 피크(38%)였거나 2분기가 피크(33%)라고 보는 이들이 대부분이었지만 가장 큰 하방위험으로 연준의 정책실수(40%)와 우크라이나 전쟁과 글로벌 경기둔화(34%)를 위험요소로 꼽았죠. 즉 올해 경기침체 가능성이 낮고 해를 잘 넘길 수 있어도 연준의 과도한 금리인상과 공급망 붕괴 등으로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뜻인데요.

시장은 한 술 더 뜨고 있습니다. 이날 증시가 1% 넘게 반등했지만 여전히 우울한 증시 전망이 많은데요. 키스 러너 트루이스트 공공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지난 금요일(20일) S&P500 종가인 3901을 기준으로 “시장이 경기침체 가능성을 60~75% 수준으로 책정하고 있다”며 “역사적으로 S&P500은 경기침체를 전후로 평균 29% 하락했으며 중앙값은 24%”라고 설명했는데요. 지난 금요일 S&P500이 장중 베어마켓(전고점 대비 20% 하락)에 진입했었죠.

시장에서는 이날 상승에도 추가로 증시가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많다. 연합뉴스


스콧 마이너드 구겐하임 파트너스의 글로벌 CIO는 이날 다보스에서 “연준은 (금리인상을 위해) 오토파일럿으로 가고 있으며 시장에 신경쓰지 않고 있다”며 “S&P가 전고점 대비 40% 폭락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연준의 과잉대응을 걱정하고 있는데요.

마이너드는 비관적이라는 질문에도 이같은 대답을 내놓았습니다. 그가 시장을 얼마나 안 좋게 보는지는 비트코인이 8000달러까지 폭락할 수 있다고 한 데서도 알 수 있는데요. 나스닥과 암호화폐의 연관성을 고려하면 연준의 움직임에 시장 전체가 좋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죠.



다만, 그는 지난해 10월 ‘밀컨 컨퍼런스’에서 “공급이 풀리면 물가가 내려갈 것”이라며 “우리는 내년 이 자리에서 디플레이션에 대해 얘기할 것”이라고 했었습니다. 기본 전제가 꽤 틀렸던 것인데 한번 스텝이 꼬이면 여유가 없어지게 된다는 점을 염두하면서 그의 발언을 들으면 되겠습니다.

중요한 것은 정도의 차이가 있을뿐 추가 하락을 점치는 이들이 많다는 점일텐데요.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MLIV Pulse 조사에 참석한 1009명은 S&P500의 바닥이 3500(중앙값)이라고 봤다고 하는데요. 이는 이날 종가보다도 10% 넘게 더 내려가야 하는 수치입니다.

월가에서는 공포지수라고 불리는 VIX 지수가 상대적으로 낮아 바닥은 멀었다는 얘기도 많죠. 최악까지 가야 반등이 가능하다는 논리인데요. VIX는 금융위기 때인 2008년과 코로나 셧다운이 있었던 2020년에는 60을 상회한 적도 있지만 이날 오후4시 현재 28 정도입니다. 40도 넘지 않는다는 건데요. 콜 스미아드 스미아드 캐피털 매니지먼트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상황은 나아지기 전에 더 나빠질 것”이라며 “매도의 끝은 훌륭한 매수 기회겠지만 그 기회가 내일 올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美, IPEF·대만 방위·日 상임이사국 지지…지정학 리스크 더 커진다”


물론, 큰 폭의 하락이 좋은 투자 기회가 된다는 것 역시 그동안의 경험에서 배운 것 중의 하나인데요. 루벤스타인 칼라일 그룹 공동 창업주는 “전반적인 자산 가격이 떨어지는데 긍정적일 수는 없지만 당신이 자산을 갖고 있는 게 아니라 새로운 투자자금을 갖고 있다면 좋은 기회”라고 했지만 핵심은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지적대로 “바닥에 접근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겠습니다.

추가로 고려할 것이 두 가지 있는데요. 첫째로, ‘3분 월스트리트’에서 전해드린 대로 당분간 연준의 지원은 없다고 봐야 합니다. 마이너드 구겐하임파트너드 CIO는 “증시 하락과정이 질서있게 이뤄지지 않는다면 연준이 개입할 수 있다”고 기대했지만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선임고문은 “주가가 하락해도 금융시장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기 때문에 연준의 걱정거리가 안 된다. 인플레가 당분간 사라지지 않을 것이리 때문에 연준은 과거 습관대로 페드 풋을 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두번째는 지정학 리스크입니다. 시선을 돌려 글로벌 경제상황을 한발짝 뒤에서 보면 지정학 리스크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데요. 조 바이든 대통령은 한일 순방 길에서 대중 억제를 위한 3종 세트를 내놓았죠.

이는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출범과 중국의 대만 무력침공 시 개입 발언, 일본의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지지가 그것인데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지지를 전에도 했었다고 하지만 지금 이 시점에 이를 다시 명확히 밝히는 것은 의미가 큽니다. 미 국방부는 하나의 중국 정책이 변한 건 없다고 하지만 대만에 대한 전략적 모호성을 취해왔던 미국이 대만 방어에 나서겠다고 한 것은 확실히 중국에 대한 경고입니다. 중국이 어떻게 나올지는 불보듯 뻔하구요.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한 서방과 중국, 러시아 간 대결구도가 심화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계속되는 보이지 않는 긴장 고조는 기업들의 영업에도 타격을 주게 됩니다. 이날 에어비앤비가 6년 만에 중국 내 사업을 접는다고 밝혔는데요. 중국 업체들과의 경쟁 때문이며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밖에 안 된다고 하지만 전체적인 분위기와 흐름을 봐야 합니다.

비슷한 맥락에서 스타벅스도 러시아에서 진출 15년 만에 완전 철수하기로 했는데요. 이 역시 매출이 1% 정도라지만 미국과 유럽 대 중국·러시아라는 구도가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모양새입니다. 최소한 이들 지역에서의 추가 성장 가능성은 사라지게 됐죠.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세계화의 전환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공급망 효율성이 한동안 떨어질 수 있으며 전환 과정에서 경제에 지속적인 비용압박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는 인플레이션 추가 상승과 기업의 마진 감소 등을 의미하는데요. IEA의 집행 이사 페이스 비롤은 “아직 전 세계가 러시아로부터 직접적으로 원유 수입을 줄인 것은 아니”라며 “(제재 진행에 따라) 원유가격이 더 오를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이런 상황들을 고려하면 여전히 앞에 변동성이 많은데요. 이날 JP모건체이스는 연기금과 국부펀드들이 주식이 크게 하락하면서 익스포저를 재조정하게 돼 2500억 달러 규모의 자금이 증시에 추가로 들어올 수 있다고 봤습니다. 즉 이들은 주식과 채권 투자비율을 6대4 정도로 맞추는데 주가가 폭락해 상대적으로 비율이 낮아졌으니 이를 맞추기 위해 채권에서 주식으로 자금이 이동할 것이고 그것이 이달에 450억 달러, 다음 달에 2070억 달러가 된다는 것이죠.

이것이 매수세를 일으킬 수 있다는 건데요. 베어마켓 랠리처럼 근본적인 상황이 달라지는 건 아니고 기술적 요인이 되는 만큼 계속해서 바닥이 어디인지 따져봐야겠습니다. 누구도 정확한 지점은 모르지만요.

※24일(현지 시간)은 출장 일정으로 ‘3분 월스트리트’가 쉽니다. 25일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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